섹션

비우량 기업 회사채 만기 하반기 집중… 건설·조선 부도속출 우려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대거 몰린 가운데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극심한 자금난으로 인한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과 건설, 조선 등의 업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실적이 올해 상반기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은행권 대출 여건도 악화돼 회사채 발행마저 여의치 않으면 기업의 자금난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인해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린 탓에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라 차환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BBB+' 이하 등급 회사채 만기 물량은 상반기보다 75.6%나 많은 1조795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회사채 만기는 사상 최대 규모인 26조5790억원이었지만 이 기간 `BBB+' 이하 등급 회사채 만기는 1조220억원으로 3.8%에 불과했다.

반면 하반기 `BBB+' 이하 등급 회사채는 전체 회사채 만기 물량 14조1천550억원의 12.7%에 해당해 회사채 만기 전체 물량은 상반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BBB+' 이하 등급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BBB+' 이하 등급 회사채는 주로 부실 대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발행하는데, 이번 하반기에 만기를 맞는 비우량 회사채는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금확보를 위해 발행한 물량으로 추정된다.

하나대투증권 김상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상반기에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돼 우량 회사채가 많이 발행됐고, 하반기에는 심리가 개선돼 `BBB' 이하 등급 발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둔화로 비우량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의한 기업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 환경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3대 신평사들은 상반기에 건설, 해운, 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데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 움직임에 따라 하반기에도 추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금이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어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고 비우량 회사채는 특히 더 어렵다"며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과 건설, 조선 등 최근 업황이 어려운 업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