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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 출신 김정은 부인 리설주 `퍼스트레이디' 행보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등에 잇따라 등장한 `젊은 여성'은 김 1위원장의 부인이고 이름은 리설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는 인민보안부 협주단 등에서 예술인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매체는 이날 밤 8시 보도에서 김 1위원장의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참석을 전하면서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김정은 원수가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이 김 1위원장의 부인과 그 이름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김 1위원장 부인의 모습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이름과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가 외부 세계에 공식적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셈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의 부인은 인민보안부 협주단 등에서 예술인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며 "김 1위원장과 결혼하면서 김일성종합대학 특설반에서 6개월 정도 퍼스트레이디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2월18일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북 중국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관람한 은하수관현악단의 음악회에는 김 1위원장의 부인과 닮은 '리설주'라는 이름의 여가수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 여성이 김 1위원장 부인과 동일인물이라면 김 위원장이 며느리를 무대에 세웠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김 1위원장의 결혼은 이 공연 이후에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식통은 "리설주는 악단 활동 등의 경력을 토대로 모란봉악단의 결성을 주도하고 이 악단의 공연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리설주가 공개활동을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 관람으로 시작하고, 이 악단이 미국 영화 `록키'를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는 등 파격적인 공연을 선보인 것도 이런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리설주는 `김정은의 여인'으로 추측할 수 있는 행보를 여러차례 보여왔다.

리설주는 지난 6일 모란봉 악단의 시범공연때 김 1위원장과 함께 관람하는 모습이 7일 북한 매체에 공개된 것을 시작으로 김 1위원장의 김일성 주석 18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경상유치원 현지지도에 동행한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리설주는 조선중앙TV가 지난 7일 방영한 김 1위원장의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관람 장면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거침없는 태도로 범상치 않은 느낌을 줬다. 검정색 투피스 정장 차림의 세련된 모습으로 김 1위원장의 바로 오른편 자리에 앉았고 굳은 자세의 다른 간부들과 달리 김 1위원장처럼 왼팔을 편안하게 받침대에 얹어놓기도 했다.

다음날 저녁 중앙TV에서 방영된 김 1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장면에 또 등장한 리설주는 김 1위원장의 부인일 것이란 추정에 더욱 무게를 실어줬다. 김 1위원장과 리설주는 김일성 주석의 18주기를 맞아 `태양상(영정)' 앞에서 나란히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는데 다른 군 고위간부들은 모두 거수경례를 하고 있었던 것과 확연히 구별됐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김 1위원장에 버금가는 의전까지 받아 리설주가 김 1위원장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추정케 했다.

리설주는 지난 15일 중앙TV가 내보낸 김 1위원장의 평양 창전거리 경상유치원 현지지도 영상에 세번째로 등장했다. 이번에는 노란색 물방울무늬 원피스와 하얀색 카디건 차림에 하이힐까지 신고 김 1위원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했다. 특히 김 1위원장과 얼굴을 마주 보고 활짝 웃는 모습까지 화면에 잡혔다.

특히 이날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서 리설주는 북한 주재 각국 대사관과 국제기구 대표단 및 부인들과 함께 유원지를 둘러보고 대화를 나누는 등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공식 행보를 보였다. 노란 물방울 무늬의 붉은색 재킷과 검정색 스커트 차림에 검정색 하이힐을 신은 리설주는 김 1위원장의 바로 옆에 붙어 걷는가 하면 나란히 서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실내에서는 김 1위원장의 바로 오른쪽 소파에 앉아 함께 브리핑을 받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이 이번에 김 1위원장의 부인을 전격 공개한 것은 김 1위원장의 부족한 연륜 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김 1위원장의 부인을 공개한 것은 어리고 경험 없다는 것을 불식하면서 통치에 안정감을 주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며 "개방적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통치행태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