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메리츠종금증권이 지점 통폐합 계획으로 술렁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는 32개 지점 중 12개 지점의 통폐합안을 최근 내부적으로 발표했다. 그간 유례가 없었고 유사규모 증권사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지점 통폐합이다.
이 방안은 내달 31일 시행될 예정인데, 문제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다. 사측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직원은 드물어 보인다. 왜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김권조 메리츠종금증권 노조위원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32개 지점 중 12개를 없애는데 예를들면 제주지점과 부산중앙지점이 부산지점으로 간다(통합)"며 "부산에 직원이 12명인데 제주 12명과 부산중앙 14명이 가면 38명이다. 책상을 다 때려 넣는 식이면 일반 증권사 형태를 띄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다 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되는 제주와 광주지점의 경우, 사측이 지역 본부장을 시켜 직원들의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본부장이 크게 두가지 내용으로 이야기하는데 하나는 '미안하다', 또 하나는 '거기는 너무 머니까(제주→부산, 광주→대전) 여기서 정리해라'는 것이다"며 "'나같으면 얼마에 나간다'는 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김용범 대표이사가 직원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권조 위원장은 "회사는 매달 초 사내방송으로 CEO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수요일(25일) 김 대표를 만나,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방송으로 인력 구조조정은 없으니 걱정말고 영업에 매진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김 대표가) 한 시간만 시간을 달라더니 방송은 못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들에게는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김용범 대표는 그럴 사람이기 때문이다"며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하고, 계획은 세우면 되는 것이다"고 했다.
만약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면 당장 제주와 광주지역 본부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김 대표 말고는 그걸 전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사전에 직원들과의 교감이나 설명이 전혀 없었고, 지점 폐쇄후 대책들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답했다.
또 "일반적으로 구조조정 전에 조직개편을 하는데, 3달 전 지금 사장(김용범 대표)이 부사장이었다가 사장으로 올라왔고 본부는 오히려 확장됐다"며 "지점 통폐합 전에 조직을 축소했어야지 수순부터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통폐합 이유에 대해 "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거점지역 대형화 및 효율화로 영업력을 높이기 위함이다"고 했다.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계획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구조조정 계획이 없는데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