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장기화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이에 따른 국내 경기둔화로 인해 타격을 입은 건설, 해운, 조선 등의 업종에서 올해 하반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M&A 매물이 쏟아져 나와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한 뒤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재무적 투자자 사모투자펀드(PEF)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해운·조선 대규모 구조조정 예상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삼환기업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으로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은 24곳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로 인해 부실 건설사들이 속출하면서 하반기에도 구조조정 시장에 나오는 건설사 매물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에는 자금경색으로 인해서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조선업체들도 하반기에 거센 구조조정 광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해운 업종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살아남은 중소업체들이 과도한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가 유럽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부실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해운업체들이 비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파산 신청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자산매각과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 움직임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선박 발주량 급감으로 조선업계에서도 하반기에 구조조정의 위기로 내몰리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사오디고 있다.
주가 폭락에 따른 자본시장의 유동성 감소로 인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증권사들도 하반기 구조조정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70곳에 달할 정도로 업계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M&A 매물 쏟아질 듯… PEF 촉매제 역할할 듯
올해 하반기에 구조조정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기업 간 M&A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무리 헐값에 매물이 나와도 이를 선뜻 인수하려는 투자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M&A 시장이 의외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이 최근 무산돼 하반기 M&A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 풀 꺾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웅진코웨이 매각 사례처럼 재무적 투자자인 PEF가 M&A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한 뒤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PEF는 전략적 투자자가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해 인수하지 못하는 M&A 시장 매물을 인수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도입 7년째를 맞은 국내 PEF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지난해 출자약정액 기준으로 30조원대를 넘어서는 등 M&A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정책제도실장은 "국내 경제가 고성장 단계를 지나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M&A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이와 맞물려 PEF의 역할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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