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집값 하락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가계파산의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과 은행이 대출한도를 넘어선 주택 보유자에게 은행 채무를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특히 집값 폭락으로 인해 가계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신도시·인천·용인·과천·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대출에 대한 긴급 현황파악에 나섰다. 이들 지역에서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한도 초과 대출금을 회수해버리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계 부실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주택담보대출 상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한 결과,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올라 상환이 불가피한 대출금을 바로 회수하는 대신 신용대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가운데 신용도가 낮아 신용대출이 어려운 고객의 경우에는 한도 초과 대출금만 장기분할 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LTV는 주택의 담보가치(가격)를 토대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비율로, 서울과 수도권은 50%, 지방은 60%가 적용된다. 이를 장기분할 상환 방식으로 돌리면 LTV 한도가 10%포인트 추가돼 상환 압박이 다소 완화된다.
금감원은 집값 하락으로 LTV가 기준치를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대출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은행들의 평균 LTV는 48.5%로 전체적으로는 안전한 편이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은 집값 급락으로 LTV가 치솟아 대출금을 갚아야 할 지경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울 주변 신도시와 인천, 용인, 과천, 분당 등의 LTV가 급격히 올랐다"며 "은행들이 이들 지역의 LTV 실태를 긴급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담보가치가 하락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원금을 일부 상환한 대출은 1만5천 건에 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과 시중은행 실무진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 LTV 상승에 따른 대응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몇몇 은행은 이와 별도로 LTV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금껏 LTV 문제는 지점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본점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신용대출로 전환하면 이자를 감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 상태에서 집값이 더 내리면 LTV 상승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본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