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보험업계의 총자산이 역대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했으나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한 탓에 자산 운용 수익률이 은행 정기적금 이자와 비슷해지면서 막대한 돈을 굴릴 데가 없어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은 지난해 12월 말 558조407억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62조3984억원이나 급증하며 620조4391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올해 정부 예산 약 325조원의 1.9배 수준이다.
생명보험사의 총 자산은 496조5784억원, 손해보험사는 123조8607억원이다.
삼성생명이 160조5894억원으로 국내 보험사 중 자산이 가장 많고 대한생명(68조8447억원), 교보생명(62조3608억원), 삼성화재(38조6212억원), NH농협생명(38조3743억원), 현대해상(17조5712억원), 동부화재(17조5314억원), LIG손해보험(14조8729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자산윤용 이익률은 1년짜리 정기 적금 금리 3.8~4.0%를 약간 웃도는 4~5%대에 그치고 있어 실망스러운 자산운용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생명의 지난 4월 자산 이익률은 참담한 4.1%에 불과하고 알리안츠생명(4.6%), 흥국생명(4.6%), 메트라이프생명(4.8%), AIA생명(4.4%), 라이나생명(4.6%), ING생명(4.9%) 등 절반 이상의 생보사들이 4%대의 자산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보업계 `빅3'도 자산 이익률이 4%대 수준이며, 한 때 주식에 대거 투자해 탁월한 수익률을 자랑했던 그린손해보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상장이 폐지됐다.
이처럼 초저금리 기조와 경기 불황으로 인해 자산운용에 있어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부동산, 채권, 주식 등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기보다 차라리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는 게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기준금리마저 인하돼 자산 운용 수익보다 고객에게 지급할 이율이 높아지는 역마진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면서 일부 보험사는 은행과 증권사를 통한 즉시 연금 판매를 축소하고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방카슈랑스 판매도 중단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공시 이율 4.9%의 `위너스 가입 즉시 연금 보험'의 판매를 중단했고 삼성화재는 은행 창구를 통한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가 기준 금리를 밑돌고 부동산과 주식 가격도 폭락해 현재로선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투자 수익률보다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율도 더 높아져 역마진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