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정부는 국제곡물가격 급등세로 피해가 예상되는 곡물 관련 업계에 무역금융 지원을 늘리고 금리 혜택도 주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쌀 이외에 밀, 콩, 옥수수 등을 외국에 비축하고 선물시장에 참여해 곡물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에 휘발유 공급을 늘리고, 옷값 안정을 위해 산업단지 등에 의류 아웃렛 유치를 늘리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사료가격 급등 시 구매자금 지원 검토
정부는 2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사료업 등 곡물 관련 업계에 대한 수입금융 지원 규모를 애초 3천200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는 대출 금리를 최고 0.5%포인트 우대하고 수입신용장 수수료도 최고 0.1%포인트 인하한다.
곡물 수입 보험을 요청하는 모든 기업에 보험을 적용하고 수입 선불금도 전액 보증해주기로 했다.
식용 수입콩 방출 시 정부 지정가격을 ㎏당 1천20원으로 고정 운영하고 제분용 수입밀, 사료용 콩, 옥수수 등의 할당관세를 0%로 유지키로 했다.
정부는 사료 가격 인상 요인 최소화를 위해 연 3% 금리의 사료원료 구매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료가격이 급등하면 한시적으로 사료 구매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조사료 공급을 늘려 배합사료 수입물량 48만t을 대체키로 했다. 조사료 재배면적을 올해 33만ha에서 내년 35만ha로 확대해 생산량을 252만t에서 285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방부,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군 비행장 등 군부대 내 조사료를 축산농가에 지원할 예정이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곡물 관련 제품의 가격과 담합 여부도 점검한다.
수입 곡물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쌀가루용 쌀 할인 공급을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올해 4만2천t 수준인 우리 밀 생산량을 2015년까지 20만t으로 확대해 자급률을 2%에서 4%로 높일 계획이다.
최소시장접근(MMA)에 따라 수입된 쌀 중 가공용 쌀 가격을 밀가루 가격 수준으로 낮춰 공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위기 시 대응하기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용 수입콩 비축량을 9만5천t으로 2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쌀 이외에 밀, 콩, 옥수수를 국외에 비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간 소비량의 12%인 55만t을 비축해 곡물 가격 상승 시에는 국내로 들여오고 하락 때는 현지나 제3국에 판매할 방침이다. 선물시장에 참여해 곡물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석유 경쟁매매 활성화 모색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한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에 휘발유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전자상거래에 수입 휘발유 공급을 확대하고자 한국석유공사와 수입사의 공동구매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석유 수출입사가 경유나 자가상표 위주로 매매하고 있어 휘발유 공급이 저조하고, 정유사 상표를 부착한 주유소들의 참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에서 휘발유 공급 비중은 5.5%(국내 휘발유 소비량의 0.3%), 정유사 상표의 공급 비중은 5.6%에 불과하다.
석유시장의 경쟁매매도 활성화한다. 거래 당사자간 개별 교섭을 통해 가격과 수량 결제조건 등을 정하는 협의상대매매를 거래소 시장에서 참가자 다수가 집단적으로 거래하는 경쟁매매로 유도할 계획이다.
협의상대매매의 평균가격 공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협의상대매매의 가격조건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백화점, 의류 재고감축 노력 소홀"…재고시장 활성화
의류가격 안정을 위해 의류 재고시장을 활성화는 방안도 검토한다.
산업연구원이 물가 장관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의류 재고량은 국내외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5월의 의류 재고증가율은 29.7%로 생산(-2.1%)과 출하(0.3%) 증가율보다 많이 높고, 작년 기준 생산액 대비 재고 비율도 의류가 20%로 제조업 평균 9%보다 배 이상 높다.
공급자 중심의 생산시스템과 제품의 다양성, 유행에 대한 민감성, 유통업체의 위탁매입 방식 등은 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제조업에 비해 의류업계의 시장분석능력이 떨어져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의류의 특성상 최신 유행을 반영하지 못한 제품은 팔리지 않고 재고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은 위탁매입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다 수요 예측을 반영한 선(先)주문ㆍ후(後) 제품조달 등과 같은 재고감축 노력이 부족하다고 산업연구원은 지적했다.
재고가 쌓인 의류 브랜드업체가 높은 재고부담 비용을 제품가격에 전가하는 것이 의류가격이 높은 원인의 하나라는 것이 산업연구원의 견해다.
산업연구원은 "브랜드 의류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브랜드 의류 구매 기회를 제공하도록 산업단지에 아웃렛 유치를 통해 재고시장 활성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