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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기채권에 돈 몰린다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규모 면에서 급성장한 한국 채권시장에 질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채를 중심으로 장기물의 거래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건전성을 인정받으면서 외국인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3년물 중심의 국내 채권시장이 국채 10년물 위주의 장기 투자 시대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장 장기물ㆍ외국인 비중 증가

최근 채권시장의 거래를 잔존기간별로 따지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단기물 비중이 줄고 장기물은 늘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만기가 6개월 이하인 채권 거래 비중은 2010년 13.4%였지만 올해 들어 11.7%까지 줄었다.


반면 장기물 거래 비중은 대폭 늘었다.

10년 초과 20년 이하 만기 채권의 거래량 비중은 2010년 0.8%에서 올해 2.3%로 크게 올라갔다.

장기물 거래 비중 상승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수요 확대에 따른 것이다. 장기물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의도 역시 반영됐다.

장기물 시장 규모가 커지면 금융시장 안정에도 긍정적이다.

현대증권 박혁수 채권전략팀장은 "정부가 장기채 발행 비중을 높이고 보험과 연기금의 자산이 증가하면서 장기채 수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면서 외국인이 국내 채권 투자를 확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상장채권잔액 중 외국인의 보유 비중은 2009년말 5.8%, 2010년말 6.6%, 작년말 6.9%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7%대를 유지해 6월말 기준으로 7.1%를 기록했다.

외국인 보유 채권 중 국채 비중도 늘었다. 2009년말 48.8%에서 2010년말 64.4%로 올라갔고 작년말에는 73.5%까지 뛰었다. 지난 6월말 66.3%로 주춤했지만 올해 70%대를 유지해왔다.

한양증권 전소영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채권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기관과 외국인의 채권 보유 규모가 늘었다"며 "국내 채권시장은 아시아권에서도 규모와 유동성이 커서 외국인에게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국고채시장서도 10년물 거래량 급증

장기물 거래 비중은 특히 국고채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다. 국고채는 만기보유 목적의 기관 보유 물량 위주여서 유통 물량이 많지 않지만 최근 거래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달 만기 10년 초과 국고채 거래는 5천140억원으로 전체 거래량의 3.7%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 7월에는 전체 거래의 0.7%에 불과했다. 3년간 거래 규모가 9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중기물이라 할 수 있는 5년 초과 10년 이하 국고채는 같은 기간 거래 비중이 7.3%에서 32.1%로 크게 뛰었다.

반면에 단기물로 분류되는 3년물 거래는 감소했다. 국고채 3년 이하는 같은 기간 거래비중이 48.0%에서 19.9%로 급감했다.

그동안 국고채는 3년ㆍ5년물 중심으로 발행돼 대외 여건에 따른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장기물 수요 확대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부터 국고채 30년물을 처음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위험성 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RBC)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보험사를 비롯한 기관과 연기금도 장기물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서향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국고채 거래는 3∼5년물 중심이었는데 2010년부터 장기물 비중이 늘었다"며 "안전자산 선호로 금리 수준이 낮아진 점도 장기물로 몰리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