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이스라엘, 2007년 시리아 공습 독자적으로 감행
이란 핵시설 분산배치..국제유가 동향 등 변수 많아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에 나설 가능성에 국제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파를 떠나 최근 들어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진작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향해 '강경 대응'을 주문해왔다.
롬니는 지난달 29일 예루살렘을 방문해 대외정책과 관련된 연설을 하면서 "미국은 이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을 향한 악의적인 행동을 못하게 하는 신성한 의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방점을 둔 것이 군사력 동원을 통한 핵개발 저지이다. 이는 그의 `절친'이기도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방안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봄만 해도 `중동과의 화해'에 주력하면서 될 수 있으면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 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석유 수출을 봉쇄하는 강력한 경제제재로 응수해왔다. 백악관은 최근 이란 석유화학제품 구매를 제재하는 동시에 이란의 국영석유회사(NIOC)와 그 자회사(NICO), 중앙은행과의 거래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절박함을 안은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들어 군사력 동원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1일(현지시간) 이란 핵개발을 막도록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 외교 해법이나 제재가 실패하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이날 이스라엘 남부 애쉬켈론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을 방문했다.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는 장면과 묘하게 연결되는 장소에서 이스라엘이 원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패네타 장관의 발언은 미국 대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오바마 행정부의 속내를 보여준다는 게 미 정치권의 반응이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일간 신문 하레츠는 지난달 29일 톰 도닐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및 제재 조치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은 군사행동을 준비할 것임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9월 내 공습이 감행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가 저조할 경우 분위기 반전을 위해 '극한 카드'가 동원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미국의 대외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롬니 진영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간단치 않다. 실제 공격의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많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7년 9월 시리아의 핵시설로 의심되는 건물을 폭격기를 동원해 파괴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 정보부는 그해 8월 시리아의 알키바 지역 인근 사막에 건설 중인 원자로 인근 부지로 12명의 특공대를 파견해 사진을 촬영하고 토양 시료를 수집했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이스라엘 정부는 7대의 F-15 전투기를 동원해 지중해 연안에서 시리아 영공으로 진입해 22기의 로켓을 시리아 시설에 발사해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07년 시리아의 경우와 이란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고 강조한다.
우선 이란의 핵시설은 모두 4곳에 분산돼 있다. 만일 이스라엘이 공습에 나선다면 4곳을 동시에 파괴하는 정교한 작전을 감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란은 이스라엘과 멀리 떨어져 있다. 이스라엘은 사거리 1천500km의 예리코-2 미사일을 주로 동원하는데 이란의 핵시설 등은 대부분 이 사거리를 벗어나 있다.
특히 이란의 핵시설은 은닉이 쉬운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비밀리에 은밀한 장소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분산해놓으면 이를 정밀 타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동의 군사 강국인 이란은 최근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군사력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란이 노리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 수출선(線)을 막겠다는 위협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의 급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유가 동향은 미국 대선의 핵심변수로 등장한 상황이다. 경기침체의 상황에서 유가마저 유권자들을 압박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에게 유리하진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될 수 있으면 이스라엘을 달래면서 대선 전까지는 군사력 동원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래저래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는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