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영국의 유명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벌이는 애플에 대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은 13일 '모방자를 모방하다(Copying the copier)' 제하의 칼럼에서 "애플이 소송을 통해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려 한다면 이는 미국 혁신의 역사에서 슬픈 날일 것"이라며 "이 회사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 특허체계가 기능을 잃었다는 더 슬픈 현실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허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Florian Mueller)의 최근 인터뷰를 인용해 애플도 아이폰·아이팟을 무(無)에서 창조한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혁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비롯한 다양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더 큰 화면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눈부신 속도(blinding pace)로 만들어내고 있지만 애플은 1년에 한 번 신제품을 내놓을 뿐이라며 애플의 아이폰은 외관은 물론 기술 면에서도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특허 공세를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마법이 사라지자(with the magic wearing off)"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와 미 법원, 미 특허당국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특허권을 보호하고 독점권을 허용하는 유일한 이유는 혁신을 장려하려는 것"이라며 "지금은 대부분 특허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연방항소법원은 소프트웨어 특허와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다수 내렸으며,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소프트웨어 업계가 너무 방대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한 특허가 남발됐다고 평가하고,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도 이 영향을 받았으고 최근 증가하는 '특허 괴물(Patent Troll)'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법원들이 가처분 명령 대신 금전적 해결책을 선호하는 등 경제적 실용성을 중시하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에 대해 미국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양사 모두 같은 패배감을 맛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