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회장 차남 사기혐의로 실형 선고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회장(73)의 차남이 재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성을 부풀려 30억원을 가로챈 사기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환수)는 17일 재개발 사업과 관련, 투자자 황모씨 부자로부터 30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불구속 기소된 라모씨(44)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라씨는 사업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투자원금 및 100%의 이자지급을 약정했다"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이 인정되고 이 돈을 취하려는 범의가 있었다. 또 범행을 부인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데다 피해액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라씨가 초범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이 이뤄진 것이 아닌 점, 피해액을 실제 사업을 추진하며 피해액을 변제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라씨는 "10억만 투자하면 수익의 10%를 주겠다"는 분양대행사 S사 대표 오모(41)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2005년 3월 종로구 공평지구 재개발(정비)사업에 참여, 8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사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분양이 늘고 오씨가 투자금을 포함해 회사자금을 횡령하는 등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자 라씨는 오씨에게 약속을 지키라며 항의했고, 이에 오씨는 "나도 시행사 D사에 속았다. D사를 인수해 직접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40억원대 사업비용을 끌어모으는 중에 2005년 12월께 "100% 이자를 주겠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황씨 부자를 속여 3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라씨는 "사업부지 매입이 이뤄져 인허가가 90%이상 마무리됐다"며 "아버지 라 전회장이 10억원을 투자했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66)도 투자하기로 했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라씨는 분양개시 후 1년 이내 원금과 수익 100% 등 두 배의 돈을 돌려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인수자금을 마련한 라씨는 오씨와 함께 공평지구 사업권을 인수했으나 이후 오씨가 돌변해 "라씨의 이름을 빌려 시행사 주식을 산 것"이라며 사업권 전체지분의 소유권 주장,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고 라씨가 승소하기는 했지만 수익을 돌려받지 못한 황씨 부자에 의해 지난해 11월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라씨가 추진하던 공평지구 정비사업은 인허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으며 라 전회장의 투자도 없었던 데다 시행사의 부실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미확정으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