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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파이낸스 양재혁 전 회장 실종, 경찰 수사 나서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부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58) 전 회장의 실종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양 전 회장은 13년여전인 1999년 유사수신행위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 부산 서민경제를 뿌리채 뒤흔든 장본인으로, 현재 회사자산 관리인을 만나러 속초에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겨 한 달이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하씨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조사를 진행중이지면 양씨의 행적이 실종 신고 이후에도 대구 등에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살해 가능성 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0일 양 전 회장이 지난달 13일부터 연락이 끊겨 그의 소재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양 전 회장의 가족은 양씨가 지난달 13일 삼부파이낸스의 남은 자산 2200여억원을 관리하던 C사의 하모(63) 대표를 만나러 속초로 간다며 거주지인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동안 경찰의 조사결과 양 전 회장의 휴대전화는 집을 나간 지난달 13일 당일 오후 5시13분께 속초항 방파제 부근에서 배터리가 분리된 채 소식이 끊긴 것으로 드러났다.

양 전 회장은 속초로 간 당일 아들에게 하씨를 만나러 가니 연락이 끊기면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양 전 회장의 가족은 지난달 19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양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4시께 양 전 회장의 아들이 사는 주거지 인근인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혼자 쇼핑하는 모습이 CC(폐쇄회로)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이날 양 전 회장이 마트에서 아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양 전 회장이 현재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아 여전히 소재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부산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형 금융사고를 친 양 전 회장은 1996년 1월 삼부파이낸스를 설립한 뒤 '연수익률 30%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았고, 높은 수익률 보장이라는 대대적인 광고에 속은 부산지역 영세서민들은 금쪽같은 돈을 삼부파이낸스에 맡겼다가 큰 손실을 봤다.

양 전 회장은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속에 동남은행과 부산지역 4개 종금사들이 무더기 퇴출당하면서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던 지역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펼쳐 큰 재미를 보기도 했으며, 심형래 감독이 제작한 영화 '용가리'에 22억원을 투자하는 등 영화 '짱', '엑스트라' 등을 비롯해 100여억원을 영화산업과 공연물에 투자했다. 또 한때 삼부건설과 삼부엔터테인먼트, 삼부벤처캐피털, 한결파이낸스 등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 부실운영과 돌려막기식 이자지급으로 회사설립 4년도 안돼 경영악화로 파산의 길을 걸었고, 결국 회사 도산으로 투자자 6500여명이 228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양 전 회장은 특히 고객투자금 796여억원을 임의로 빼내 개인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회사 공금 11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999년 12월 구속기소돼 징역 4년6월형을 선고받은 뒤 2004년 출소했다.

양 전 회장이 출소한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설립한 C사 공동대표이사로 있던 하씨가 잠적하면서 회사 자산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부산지검은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여 지난해 11월 C사의 간부 2명에 대해 5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했지만 하씨는 종적을 감춰 지난해 4월부터 수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