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일본이 한국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한일 통화스와프(외화자금 부족으로 양국 통화를 바꿔쓰는 협약) 규모를 줄이겠다는 등 연일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 같은 일본 각료들의 발언은 독도 문제로 조성된 일본 내 반한(反韓)감정을 의식한 정치적 반응일 뿐이어서 엄포용으로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실제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 같은 속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자국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해 강도 높게 반발하고 나선 것처럼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일본 정부가 국채매입 중단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현재 일본 정부가 보유한 우리나라 국채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아닌 민간 금융회사 등은 우리나라 채권을 5050억원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국고채는 약 90%인 4500억원 정도다.
전체 외국인 채권 투자액 87조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본 비중은 0.6%에 불과해 금융당국의 `별도 관리 대상'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일 양국은 지난해 10월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늘렸지만, 실제로 사용한 스와프 자금은 한 푼도 없어 통화스와프 규모를 줄인다고 해도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상태다.
일본 정부가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난 16~17일 원·달러 환율은 4.7원 오르는 데 그쳐 시장에서도 일본측의 발언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양국 정부 간 `국채투자 정보공유'가 파기된다 해도 오히려 일본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한·중·일 아시아 금융협력 구도가 한·중 중심으로 재편돼 스스로 영향력을 제한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금이 들어오면 원화가 강세를 띠고 상대적으로 엔화는 약세를 나타내 우리나라 수출에 타격을 주는 반면 일본 수출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황이 조성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국채 매입 중단을 오히려 반겨야 할 처지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윤여삼 수석연구원은 "우리 정부는 환율하락 압력이 커져 급격한 자금 유입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며 최근 발언은 일본이 한국 수출을 돕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빗댔다.
일본에서 엔화표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무라이본드'가 일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은행들이 이미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오는 10월 만료되는 한·일 통화스와프와 무관하게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상황이어서 크게 염두에 둘 일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일본에 대한 차입(채권발행+직접차입) 의존도는 17%로 유럽(30%)과 미국(25%)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일본 의존도는 지난해 말보다 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윤 연구원은 "국외 자금조달은 주로 달러표시 채권이다"며 "자금조달 창구에 일부 제약이 생길 순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부담은 적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