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공급 4조 돌파… 연내 10조원 넘을 듯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 공급이 급증하면서 최근 공급실적이 4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어 올해 공급실적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적격대출은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정해진 조건에 맞춰 설계된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은행이 상품명이나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해 판매하면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사들여 주택저당증권(MBS) 등 형태로 유동화한다.

은행은 대출채권을 매각하기 때문에 대출을 직접 취급할 때보다 위험을 낮출 수 있고, 고객은 적격대출 금리가 연 4%대 중반까지 내려가 매력적이다.

21일 은행권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시중은행이 공급한 적격대출은 약 4조748억원이다.

특히 3월에는 공급액이 1336억원에 불과했지만 4월 3203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무려 139.7%나 급증했고 6월에는 월 공급액이 1조1390억원으로 1조원을 처음 돌파하는 등 공급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적격대출 공급 목표를 11조5천억원으로 잡고 있는데, 은행권에서는 현재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3월부터 SC와 씨티은행을 선두로 농협, 하나, 국민, 신한, 기업 은행이 잇따라 적격대출 시장에 뛰어들었고, 9월까지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가세하면 모든 시중은행이 적격대출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잔액 비중을 2016년까지 30% 선으로 끌어올리도록 주문,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장기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적격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 4월 현재 고정금리 비중은 11.6%다.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장기로 고정금리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당국의 지침을 따르려면 수익성이 안 좋아도 적격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