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공식품 가격인상 담합 의혹' 전면점검 착수

[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공식품의 짬짜미 의혹과 관련, 대대적인 전면점검에 착수했다.

점검 대상은 `식탁 물가'를 구성하는 라면, 참치, 음료수, 즉석밥 등 가공식품들로,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즉석밥, 동원F&B는 참치,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는 음료수, 삼양라면과 팔도는 라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가격을 최근 줄줄이 올렸다.

공정위는 정밀 관찰에 들어가 짬짜미 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시 고강도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정부가 정권 말 `레임덕' 탓에 가공식품 가격 도미노 인상에 대해 내버려두는 것 아니냐는 최근 비판을 의식한 대응책으로 보이며, 불황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가계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생활필수품의 가격 인상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1일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한꺼번에 가격 인상이 이뤄진 가공식품 품목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점검 작업은 전례없이 면밀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직접적인 가격 인상 합의 없이 수입 곡물가격 등 정보를 교환만 해도 짬짜미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해 고강도 점검 계획을 예고했다.

이어 "식품업계는 전형적인 과점 구조로 상위 2~3위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대단히 높다"며 "가격 인상이 단기간에 무더기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밀약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공정위는 이번 점검을 통해 가격 인상이 적절했는지, 밀약과 같은 불공정 행위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다.

또 점검 결과로 담합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농산물이나 수산물에 대해서는 다수 경쟁자가 존재하는 시장이어서 담합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보고 점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전방위 점검은 담합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식품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한 지난해에도 공정위는 우유, 치즈, 라면, 두유 등 생필품 짬짜미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과징금을 물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격이 최근 급등해 연말에도 가격 인상 요인이 많다"며 "결국 대선을 앞둔 정부가 가격 인상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업계에 보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