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로 아파트와 단독주택보다 연립·다세대주택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연립·다세대주택의 자산가치가 급락, 가계부채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집값 하락으로 인해 가계부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연립·다세대주택은 경매 매물로 쏟아지고 있지만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각가율도 점점 낮아져 제값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은행·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주택(실거주 기준) 평균 가격은 1억1569만원에서 1억1812만원으로 전년보다 2.1% 오른 가운데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가격은 2010년 평균 8196만원에서 2011년 6798만원으로 17.1%나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연립·다세대 주택이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
이에 반해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억5343만원으로 전년의 1억5445만원보다 102만원(0.66%) 떨어지는 데 그쳤고, 단독주택은 오히려 소폭 올랐다.
특히 수도권의 연립·다세대 주택의 하락폭이 커 수도권의 연립·다세대 거주주택 가격은 2010년 평균 9435만원에서 2011년 7572만원으로 19.8%나 폭락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경기불황까지 겹친 탓에 올해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0.2%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아파트는 0.7% 올랐고 전체 주택의 매매가도 0.6% 상승했다.
문제는 다세대·연립주택 가격이 하락해 저소득층 거주자의 대출상환 여력을 갉아먹어 그렇지 않아도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받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비싼 보유자산인 집값마저 내려가면 이를 팔아도 대출금을 포함한 빚을 갚을 수 없어 가계부채 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연립·다세대 주택에 사는 가구의 경상소득은 평균 3273만원으로 아파트에 사는 가구의 5103만원보다 2천만원 가량 적으며, 우리나라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인 412만원에도 못 미치는 등 거주자의 대다수가 '저소득층'이지만 지난해 연립·다세대주택 거주자의 담보대출은 2919만원으로 거주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가격 6798만원의 42.9%에 달하고 있다.
이는 아파트거주자의 평균 담보대출이 아파트 평균가격의 24.9% 수준임을 고려하면 자산 대비 대출 비중이 크게 높다.
빚은 많은데 소득은 적고 그나마 마지막 보루와 같은 집값마저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연립·다세대 주택 가격 하락으로
부채를 이기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우려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대법원의 경매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수도권 경매시장에 나온 연립·다세대 주택 매물은 8261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4.7%나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매각이 성사되는 비율은 2008년 52.4%에서 올해 상반기 32.0%까지 떨어졌고, 매각가도 2008년에는 감정가의 107.8%를 받았으나 올해는 72.7%에 그치는 등 매각가율도 급락해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주로 서민층이 거주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매 건수가 급증한 것은 취약 계층이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라며 "취약 계층의 상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