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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지표금리로 CD금리 대신 `단기코픽스' 11월부터 발표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대출 지표금리로서 대표성을 잃은 탈 많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대신할 `단기코픽스'가 오랜 논의 끝에 마련돼 오는 11월부터 매주 공시된다.

단기 코픽스는 CD금리보다 단기 자금조달비용 반영도가 높아 만기가 짧은 기업대출이나 가계신용대출 등에 지표로써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도한 금리 변동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CD금리의 문제점이 2010년부터 불거졌는데도 내버려두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CD금리 조작 의혹을 조사한 뒤에야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직 CD에 연동한 대출상품이 많아 당분간 CD 금리는 유지된되며, 금리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들은 일정규모의 CD를 발행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참여한 단기지표금리 개선 관련 합동 태스크포스(TF)는 22일 이 같은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매주 수요일 단기코픽스를 발표하기로 했다.

기존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보다 자금조달 만기가 짧아 단기(短期)라고 표현했다.

단기코픽스는 은행들이 각자 자금조달액에서 만기가 3개월인 자금의 평균 조달금리로, 매월 15일 발표되는 현행 코픽스는 은행의 모든 조달금리를 반영하고 있다.

단기코픽스 산출에 참여하는 은행은 우리·국민·신한·하나·외환·SC·씨티·농협·기업 등 9곳이다.

단기코픽스는 단기자금의 조달금리를 뜻하는 만큼 기업대출과 가계신용대출 등 만기가 비교적 짧은 대출상품의 지표금리로 쓰인다.

계산에 포함될 3개월물 수신상품의 범위는 은행연합회가 다음 달 초 정한다. 전산시스템 구축과 상품 개발을 거쳐 11월7일 처음 공시된다.

단기코픽스는 CD 금리보다 0.05~0.10%포인트 높게 매겨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대출금리는 여기에 가산금리를 붙여 정해진다.

금융위 고승범 금융정책국장은 "가산금리를 고려하면 단기코픽스 연동 대출금리가 CD 연동 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코픽스 상품을 출시할 때도 은행들이 금리를 낮춰 상품을 내놓았다"며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는 CD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 금리산정 기준이 없어 금리의 투명성과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고려해 도입됐다.

새로운 대출 지표금리로서의 단기 코픽스 도입을 두고 은행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TF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번 안에 특별한 이견은 없다. 이미 CD와 코리보 관련 상품이 많아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게 번거로울 수 있으나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단기 코픽스가 금리 면에서 유리하다면 고객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현행 코픽스보다 만기가 짧은 만큼 시장금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CD 금리는 산정방식을 고치되 CD 연동 대출 잔액이 327조원으로 여전히 많은 점을 감안해 당분간 없애지는 않기로 했다.

은행들은 CD의 월평균 잔액이 2조원으로 유지되도록 일정 규모의 시장성 CD를 계속 발행하고 실시간 공시한다. 이 가운데 1조원 이상은 3개월물로 발행해야 한다.

각 은행의 CD 연동 대출 규모에 비례해 CD 발행 물량이 정해지며, 이 같은 `의무 발행'은 1년간 유지된다.

고 국장은 "자금시장에선 당분간 CD 금리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1년 정도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CD의 유통금리는 증권사가 호가(呼價) 방식으로 금융투자협회에 낸다. 호가 제출 기관으로 지정된 증권사는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가점을 받는다.

증권사는 다음 달부터 CD를 거래할 때 발행 은행도 공개하고 CD의 만기별·잔존기간별 정보도 세분화해 제공해야 한다.

TF는 금리스와프(IRS) 시장 등 단기자금 시장에서 쓰일 지표금리는 국내외 동향을 살피고 시장 참가자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내놓기로 했다.

단기 코픽스는 매주 1회 고시되므로 자금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화안정채권 금리, 은행채 금리, 코리보,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모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언급했듯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다만 제도적인 준비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TF는 공정거래위원회가 CD 금리의 조작 가능성을 조사하자 지난달 19일 만들어져 5차례 회의 끝에, 시간상으론 약 한 달 여 뒤인 오늘 이번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놓았다.

하지만 CD금리를 대체할 지표금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오랫 동안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CD금리 조작 의혹이 불거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공정위 조사 이틀 뒤에야 TF를 구성해 이 같은 결과물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 비난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