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1분기에 주춤했던 가계 빚이 2분기 들어 다시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기관 대출이 늘어나고 전분기에 축소된 카드·할부 외상판매 역시 감소폭이 줄어든 탓이다.
가계대출 증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부진에 빠진 내수 경제가 더 위축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2분기 가계신용은 922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0조9천억원이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억제책과 임계점에 다다른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로 1분기 가계대출이 8천억원 감소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5.6% 늘어났다"며 "작년 3분기 8.8%, 4분기 8.1%, 올해 1분기 7.0% 등 가계신용 증가율은 계속 낮아졌다"고 전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868조4천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보다 10조9천억원 늘어났다. 2분기 증가한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금융기관 대출이 차지했다.
예금은행 대출은 457조9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조8천억원 늘어났다. 1분기의 2조7천억원 감소에서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5천억원이 늘어난 310조4천억원이었다.
기타대출의 증감액도 1분기 -3조3천억원에서 2분기 1조8천억원으로 돌아섰다.
한은은 "주택시장 부진에도 주택금융공사의 유동화 적격대출 등 신규상품 판매가 호조를 띠고 가정의 달(5월)과 같은 계절적 요인에 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각각 1조1천억원, 2조9천억원 늘어나며 188조원을 기록했다.
보험기관이나 연금기금, 여신전문기관 등 기타금융기관의 대출 잔액은 2조2천억원 증가한 222조6천억원이었다.
2분기 판매신용은 1천억원이 줄어든 53조5천억원으로 전 분기 1조2천억원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감소했지만, 감소폭은 작아졌다.
한은은 "판매신용은 소비와 연관이 있다"며 "경기악화로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며 판매신용 감소세가 지속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상반기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명목·실질 임금도 오르는 추세에서 가계소비가 살아나지 못한 것은 결국 가계 빚 때문이었다"고 진단하면서 "내수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결국 저성장 기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문제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