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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애플 소송 배심원 결정사항만 500개… 쟁점은 디자인·트레이드 드레스

[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미국 법원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 1심 심리가 마무리되면서 22일 오전(현지시간)부터 배심원들이 최종 평결을 위한 평의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배심원들은 이르면 24일 평결을 밝힐 예정이나 검토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심원들이 평결 내용을 기재해야 하는 '평결양식(Verdict Form)' 최종본은 20쪽에 33개 항목에 이르는데다 난해한 부분이 많아 배심원들이 평의 내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33개 항목에 딸린 기기별 평결을 별도로 계산하면, 배심원들이 실제로 평결해야 할 세부 질문 내용은 배상액 규모 산정 등을 포함해 모두 500개에 달한다.

이번 평결 지침은 ▲실용 특허 ▲디자인 특허 ▲유인과 고의성 ▲트레이드 드레스 ▲계약 위반 ▲반독점 등 크게 6개 분야로 나뉜다

또 이들 질문에 답할 때 기준이 돼야 할 평결 지침 내용도 무려 109쪽이나 돼 21일 루시 고 판사가 지침을 읽어내려가는데만 2시간30분이 걸렸다.

배심원 9명이 만장일치로 평결을 내려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 판사가 배심원을 전원 교체해 재심리를 한다.

판사는 배심원 평결을 바탕으로 최종 판결을 한다.

배심원 평결에 양사 모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판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전망이다.

평결양식과 지침을 분석하면, 이번 평결의 핵심은 디자인과 상품의 외관이나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특허 침해 여부이다.

애플은 디자인과 관련된 배상액을 대당 24달러로 책정한 반면 다른 특허는 대당 2∼3달러 수준이어서 결국 디자인 침해 여부에 따라 배상액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애플의 주장대로 '사각형에 둥근 가장자리'에 대한 지적 소유권이 인정되면 애플을 제외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현재 출시한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 등 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다.

◇ 애플 '비슷하다고 느끼면 디자인 침해' vs 삼성전자 '소비자가 착각할 정도라야'

디자인 특허침해 부분과 관련해 배심원들에게 제시된 지침에는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 제품과 외관상 '상당히 비슷하면(substantially the same)' 특허 침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지침은 '상당히 비슷하다'는 판단의 근거를 "일반 소비자가 제품 구매 때 삼성전자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해 구매할 수 있을 때"라고 정의했다.

애플은 최후 변론에서 '외관상 상당히 비슷하면 특허 침해'라는 부분을 들어 전반적으로 봤을 때 비슷하다고 느끼면 침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로고를 가리고 일반인에게 보여줬을 때 아이폰으로 착각했다면 특허 침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침에서 '소비자가 구입할 때 착각을 일으켜야 특허 침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해 구매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침해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고를 때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 제품과 세세한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고 소비자들이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신중하게 제품을 고르기 때문에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에 기능적 이유가 있는지도 쟁점

또 평결 지침에 따르면, 디자인이 어떤 기능 때문에 비슷해졌다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디자인은 기능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디자인할 때 여러 가지 기능을 고려하면 비슷한 모양이 된다고 반박한다.

애플은 아이폰의 사각형 디스플레이와 둥근 모서리는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는 사각 모서리는 주머니에서 넣고 뺄 때 걸릴 수 있고 손에 쥘 때도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둥근 모서리로 처리하게 마련이라고 맞서고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 '이차적 의미'가 관건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평결에서는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의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이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확보하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이차적 의미'란 콜라병을 보고 코카콜라를 연상하는 것처럼 제품의 외관만 보고 브랜드나 해당 회사를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이미 언론 등에서 고유의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눈에 봐도 애플 제품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아이폰 등의 사각형의 둥근 모서리 등 디자인은 애플 고유의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TV 제조업체가 사격형의 TV 모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