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경선에서 함께 경쟁했던 비박(非朴·비박근혜) 경선주자 4명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박 후보와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비박 경선주자 4인은 24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1시간15분 가량 오찬 회동을 갖고 대선 과정에서의 단합·공조 방안을 모색한 끝에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 4인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상수 전 시장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임태희 전 실장은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에 대한 모종의 역할이 예상된다.
박 후보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두 힘이 돼주시기로 하셨다"면서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안 전 시장은 가계부채 부분에 있어 정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며 "국제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임 전 실장이)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시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안 전 시장은 경선 기간 `100조원 두레 경제기금' 공약을 비롯해 가계부채 해소에 주력했고, 임 전 실장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북한과의 비밀회동 등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경선주자 5명 중 최연소(50세)로서 `젊은 정치'를 전면에 내세웠던 김태호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박 후보의 취약층인 2040세대 문제 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지사의 경우 현직 경기지사라는 한계로 선대위 참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지만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동 시작과 함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도와달라"는 박 후보의 공식 요청으로 1시간15분 동안 이어진 오찬 회동은 경선 때 쌓인 앙금을 털어내듯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박 후보는 회동에서 먼저 안 전 시장에게 "경선 내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셨다. 국민행복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가계부채 부분을 맡아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고 이상일 공동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에 안 전 시장은 "중산층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변했다.
네 명의 경선주자들이 선대위에서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의논을 드려서 도와줄 부분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선 기간 박 후보를 맹공격했던 김 지사는 회동에서 "후보로서 잘 하고 계신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한 것은 참 잘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거리가 있다고 알려진 쪽을 찾아뵙는 건 용기가 있고 생각이 맑다는 것이며 결단력이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평이 좋다"고 말했다.
회동 직후 어떤 부분을 돕기로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든 면에서.."라며 "지사직으로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다 도와드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시장은 "다같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고 박 후보가 광폭행보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하고, 앞으로 더 변화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임 전 실장은 "앞으로 남북관계와 관련한 것들에 대해 좋은 말씀 드리겠다. 네트워크도 있고 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김 의원은 "2040(20~40대) 세대 유권자가 상당이 많고 중요하니 앞으로 박 후보가 더욱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해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고 이 공동대변인이 전했다.
배석한 황우여 대표는 비박주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 분이 경선 때 제시한 공약을 당에서 모아 대선때 잘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앞으로 가끔 모임을 갖고 중간중간 점검하자"는 황우여 대표의 제안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향후 본선에서 5인간 정기적 회동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공동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자리는 대선 승리로 함께 가자는 모임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오찬장에 들어서는 비박 4인을 "매일 뵙다가 며칠만에 보니까 이산가족 재회 같다"며 반긴 박 후보는 회동 직후에도 "화기애애하게 경선 뒷얘기를 나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지사는 "경선 때 앙금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나왔고 우리 모두 행복했다"며 "동창회 비슷하게 아주 좋았다"고 소개했다.
박 후보는 "(경선 기간) 쓴소리든 정책에 관한 것이든 많은 도움이 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날 회동에는 박 후보와 4명의 비박주자를 비롯해 황우여 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이학재 후보비서실장, 황영철 대표비서실장, 이상일 대변인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