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당국이 `약탈적 대출' 소지가 있는 신용카드 리볼빙(revolving)을 대폭 억제하고 금리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은행은 신용카드 리볼빙으로 고금리 현금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출금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상환을 미루는 리볼빙 제도는 금리가 지나치게 높고 저신용자에게 무분별한 대출을 권유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카드업을 같이 하고 있는 외국계은행의 연 26% 이상 고금리 적용 리볼빙 고객 비율은 전업 카드사보다 훨씬 높은 80% 수준이다.
이들 은행은 카드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10명 중 8명을 상대로 사실상 대부업체에 버금가는 `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서민금융을 지향한다고 외치고 있는 NH농협은행도 리볼빙으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7월말 현재 대출성 리볼빙을 이용하고 있는 회원 80.29%에 대해 26~30% 미만의 초고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씨티은행도 75.04%에 달한다.
이에 반해 카드업만 하는 전업 카드사는 대출성 리볼빙 금리가 26~30% 미만인 회원의 비중이 삼성카드 57.24%, KB국민카드 50.3%, 현대카드 41.42%, 롯데카드 30.67% 수준이어서 외국계 은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평균 이자율을 뜻하는 대출성 리볼빙 수입비율도 지난 2분기에 SC은행이 26.38%, 씨티은행이 22.90%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업카드사는 비교적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오기에 리볼빙 금리가 높을 수 있지만 예금 등 수신 기반을 토대로 저금리 자금 조달이 가능한 외국계 은행이 많은 고객에게 높은 리볼빙 금리를 매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업 카드사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리볼빙 규제를 받는 사이 외국계 은행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저신용자 위주로 고금리 리볼빙 사업을 하고 있어 카드업계에서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리볼빙 문제의 개선을 촉구했을 때도 신한카드 등 전업카드사 사장만 참석하고 외국계 은행은 빠졌다.
전업 카드사들은 리볼빙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라 내달 중으로 1% 포인트 이상 인하할 방침이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NH농협은행도 리볼빙으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의 지난 7월 대출성 리볼빙 이용객의 47.19%가 26~28% 미만의 고금리를 적용 받았다. 이에 따라 NH은행의 지난 2분기 대출성 리볼빙의 수입비율도 25.27%로 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