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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10%대 중금리 소액·단기 대출상품 내놓는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은행들이 처음으로 연 10%대의 중금리로 단기간 소액을 대출할 수 있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기로 했다.

대출 금액을 100~300만원으로 소액으로 하고 열흘 가까이 걸리는 기존의 신용대출과 달리 대출 심사도 최소화해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흡수한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리 사각지대'로 여겨진 중(中)금리 대출이 가능해져 은행과 제2금융권 사이에 놓였던 서민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돼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고금리 횡포가 억제될 것으로 기대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씨티·국민·하나·농협 등 시중은행들이 10%대 금리의 소액·단기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먼저 우리은행은 100만~300만원을 1년 이내 만기로 융통할 수 있는 소액·단기대출 상품을 이달 초 출시한다. 씨티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도 이달 중 우리은행과 비슷한 상품을 일제히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상품은 거치기간이나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원리금을 매월 똑같이 나눠 갚는 구조다.

무보증 신용대출로, 대출금리는 연 9~13%다. 원리금을 밀리지 않고 갚으면 매월 0.5%포인트씩 금리를 낮춰주며 금리 인하 폭은 최대 4.0%포인트다.

금감원 관계자는 "10%대 금리를 적용한 은행의 대출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급전대출 수요를 은행으로 돌려 `금리 단층' 현상을 완화하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금리 단층 현상이란 제1금융권(은행)과 제2금융권(할부금융·저축은행 등)의 대출금리 격차가 큰 것을 의미한다.

신용대출 금리를 보면, 은행 7%,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 8~9%에서 할부금융(평균 23~28%), 저축은행(평균 26~29%), 대부업체(평균 30% 이상)로 가면 금리가 훌쩍 뛰어 은행과 제2금융권 사이에 대출금리 격차가 벌어진 `금리 단층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여신 비중을 보면 10% 이상 대출자는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물론 새희망홀씨 등 기존의 서민금융상품이 있어 일부 저신용·저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지만, 은행의 소액·단기 대출상품은 정상등급(신용도 6등급 이상)까지 포함한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신용등급이 괜찮은데도 은행의 대출한도가 소진되는 등을 이유로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이 지난 5일 내놓은 `201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대부업체 이용자 252만2천명 가운데 1~6등급이 78만7천명으로 31.2%에 달했다.

또 경기 악화로 인해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돈이 시급한 서민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가 고금리를 요구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조사)에서 올해 3분기 가계의 일반대출에 대한 국내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3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낮을수록 은행이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뜻이다.

반면에 가계의 일반대출수요는 전분기보다 3포인트 오른 9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대형 대부업체 영업정지로 서민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돼 대출자들은 `살인금리'를 물리는 사채시장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설치된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고금리로 신고가 들어온 건수는 전체의 11.7%인 3300여건에 달하는 등 사채시장의 고금리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에 10%대 대출상품 출시를 꾸준히 독려해왔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6월27일 캠퍼스 금융토크에서 "은행의 대출금리가 10% 이내인 데 반해 제2금융권 등으로 가면 30%까지 올라가는 것은 큰 문제"라며 "금리가 고르게 형성되지 않고 단층현상이 생기는 것에 대해 다양한 금리 상품을 내놓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10%대 소액·단기대출상품의 출시로 금리 단층현상을 해소, 서민들이 제2금융권 나아가 사채시장으로까지 내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되는 10%대 대출상품은 기존 서민 금융상품들과는 달리 1~6등급의 정상등급자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괜찮음에도 은행 대출한도가 소진됐다는 등의 이유로 은행 대출이 막힌 서민들이 특히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마땅한 대출상품이 없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난 대출자를 은행으로 재흡수해 이자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10%대 대출상품은 대출금액이 100만~300만원으로 소액이고 대출심사가 간소화돼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 손을 빌리는 대출자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 실태조사를 보면 대부업 이용자의 58.1%가 1년 미만으로 대부업 대출을 이용했고,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346만원이었다.

할부금융과 대부업체가 `빠른 대출'을 내세워 대출자를 모으는 만큼 은행의 단기·소액대출도 심사를 가능한 한 간소하게 해 1~2일 안에 대출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창구에 가지 않고 온라인이나 전화로 대출을 신청하는 비대면(非對面) 방식이 은행의 단기·소액대출에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0%대 대출상품 출시가 예정된 우리·씨티·국민·하나·농협 이외에 다른 은행들도 조속히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