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중국이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경제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과의 부도위험 격차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보다 줄곧 낮은 금리를 유지해왔던 세계 제1의 외환보유국 중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중국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실망감과 위기감이 반영돼 올라간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양호한 우리나라는 내려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가가 하락하고 위안화 가치도 떨어지는 등 최근 들어 부정적인 신호를 많이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한국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주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 국채(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104bp(1bp=0.01%포인트)로 우리나라와 같았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인 CDS에 붙는 일종의 가산금리로, CDS 프리미엄이 올라가면 발행주체의 부도 위험이 커져 채권 발행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양국의 CDS 프리미엄 격차는 2010년 말 26bp(중국 68bp, 한국 94bp)였다가 작년 말 14bp(중국 147bp, 한국 161bp), 올해 3월 말 10bp(중국 113bp, 한국 123bp), 6월 말 2bp(중국 121bp, 한국 123bp)로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지난달 20일과 21일에는 격차가 다시 7~8bp로 벌어졌으나 중국의 CDS 프리미엄이 오르면서 28∼29일 이틀 연속 격차가 1bp(중국 103bp, 한국 104bp)로 좁혀지고 나서 31일 104bp로 수렴한 것이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에 비해 40bp 떨어졌지만 지난달 들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CDS 프리미엄 상승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중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이 8%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외국인 직접 투자가 감소하는 등 성장에 제동이 걸린 탓으로 풀이된다.
또 경기 둔화와 중국 중앙은행의 위안화 통제 완화 결정으로 중국 위안화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달러화에 대해 1% 가까이 가치가 하락했으며 앞으로 수개월간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경제의 위축된 투자심리는 가장 먼저 중국증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주 한 주간 2.13%(44.58포인트) 하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31일 2047.52로 2009년 3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번 주(9월3∼7) 2,000선마저 붕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지급준비율 인하가 이뤄지면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중국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둔화해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탓에 약세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경기회복의 발목을 붙잡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 안팎의 수요 감소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올해 들어 5월까지 세자릿수를 유지하다가 지난 6월과 7월 각각 99.3, 98.2를 기록해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중국의 제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넉 달 연속 하락하다 급기야 8월에는 49.2로 나타나 최근 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그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의미하는데 중국은 최근 5∼7월 동안 성장과 위축의 경계인 기준치 50에 겨우 '턱걸이'했다가 8월 들어 경기위축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그나마 최근 기지개를 켰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는 당국의 엄격한 규제가 예상된다.
올해 2분기 주택담보대출이 재개되면서 유동성이 확대되자 부진한 실물경기와 주식시장 대신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쏠려 6∼7월 주택가격이 올랐었다. 이에 중국 지방정부는 세금 수입이 날로 줄어드는 가운데 부동산 억제 효과가 있는 부동산세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정부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주택 대출은 엄격히 차별화하기로 결정,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은 활기보다 불안감이 높은 상태다.
중국 경제회복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위안화 하락세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1% 하락했지만 위안화 하락세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 투자자의 '핫머니'가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부동산에서 위안화까지 중국의 모든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민은행의 집계를 인용, 지난 7월 30억위안(5억9700만 달러)의 핫머니가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져 상대적으로 경기부양책 추가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기저효과와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을 고려하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마저도 쉬운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면,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 등 대외적 경제환경 악화에도 비교적 건전한 재정상태를 유지한 영향으로 연초 대비 60bp가량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재정 건전성과 경쟁력 등이 양호하다는 점을 평가해 지난달 2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a3'으로 한 단계 높여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대외신용도를 갖게 됐다.
한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한국 사상 최장 만기인 국고채 30년물을 발행하기로 한 것도 국내 채권시장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과거 금융위기 때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한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르게 유출됐었지만 최근에는 순유입이 지속됐다.
한국 국채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일본과 한국의 CDS프리미엄 격차 추이를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5월31일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일본보다 38bp 높은 142bp였지만 석 달 사이에 두 나라의 격차는 정확히 반토막 나 지난달 31일 한국과 일본의 CDS프리미엄은 각각 104bp, 85bp로 차이가 19bp에 그쳤다.
하나대투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앞으로 피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일본 등급은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 주요 펀드사가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할 때 일본의 비중을 줄인다면 현재 1% 안팎의 원화 채권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경제가 심각한 상태에 빠지면 한국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들은 당장 매출이 줄어들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의 어려움은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경제를 전반적으로 짓누고 선진국의 재정위기를 증폭시키면서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