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정부는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는 각종 신규 규제도입을 지양하거나 유예하는 한편 법인세와 전기료 추가인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도 덜어주기로 했다.
이는 유럽, 미국, 중국 등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우리 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타격을 입고 내수마저 위축돼 기업이 위기에 빠진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3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4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경제 5단체와 개별 기업이 건의한 114개 과제 가운데 73개 과제를 수용하거나 대안을 마련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간 활력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주요 개선과제를 보면, 우선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경제활력과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는 신규 규제도입을 최소화하기로 하는 한편, 규제도 대폭 풀어주기로 했다.
민간발전소 설립 지원을 강화해 산업단지 내 지원시설 구역에만 설립할 수 있었던 열병합발전소를 앞으로는 산업시설 구역 내에도 세울 수 있게 해주고 이천지역의 광역상수도 용수공급, 입지면적 확대, 수질규제 등도 완화하기로 했다.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안에도 환경기준을 충족하거나 친환경시설을 갖추면 공장을 증설하거나 공업용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수질오염방지 제도개선과 함께 관련 규제를 풀어준다.
민간 개발 산업단지의 지원시설용지 분양면적 제한 규제를 폐지하고 인쇄업종의 소음규제도 합리화한다.
이에 따라 이천지역 하이닉스 공장부지나 여수산단에 위치한 기업들은 입지면적이 늘어나고 각종 환경규제에 대해서도 완화된 규제를 받게 됐다.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정부정책의 신뢰성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법인세율의 인상도 지양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8%)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연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없도록 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8월 6.0% 올린 것을 끝으로 연말까지 동결하겠다는 것.
또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막론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준조세 성격인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 '개발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과 같은 부담금 6개 항목을 완화해 부담금도 덜어준다.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대상에 경제자유구역·기업도시(택지는 제외), 임대주택단지, 관광지, 관광단지·관광시설용지, 체육시설 등을 추가, 2014년말까지 감면을 통해 기업부담을 줄어준다.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전에 입지한 건축물에 부과하는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을 법 개정 즉시 50% 감면해주는 혜택을 조기에 시행한다.
폴리부틸렌 제품에 대한 폐기물부담금의 면제대상을 확대하고 감면기준을 조정키로 했다.
또 도시개발사업 등을 수행하는 업체들의 부담을 고려해 개발부담금의 한시 감면을 추진하고 기부채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환경표지 인증을 획득한 호텔에는 환경개선부담금을 감면하며, 항공기 자격변경(국제선→국내선) 때 잔여 항공유에 대한 석유수입부담금(ℓ당 16원)을 면제한다.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도 나선다.
수출을 위해 기업들이 신흥국과 저개발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올해 무역보험지원 한도를 연말까지 기존 200조원에서 7조원 늘려 207조원까지로 추가 확대하고, 내년은 20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 또 수출입은행의 수출지원규모를 올해 70조원으로 늘리며, 내년에는 올해 계획보다 4조원 많은 74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서비스산업 지원은 올해 5000억원에서 내년에는 7500억원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중소기업 인수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지분을 30% 이상 인수하고 중소기업 상한기준을 넘어서지 않는 기업은 중소기업 유예기간 3년을 인정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 등을 감안해 올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수출과 시설자금 보증공급규모는 15조8000억원으로 당초계획보다 3조원 늘린다.
글로벌콘텐츠 펀드를 추가로 조성해 콘텐츠산업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채용정책도 탄력적으로 운영, 연내 미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신규입국자 쿼터로 전환하고 업종간 전환도 추진키로 했다.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의 융자지원 대상 근로자의 소득기준을 현행 170만원 이하에서 190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내수활성화 지원도 나선다.
내수 활성화 지원 과제로는 소비·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온누리 상품권 발행규모를 4000억원으로 1000억원 확대하고 내년에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편의를 위해 전용 시내면세점 허용을 추진한다.
또 호텔과 관광단지, 해양레저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보험사가 해외환자 유치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관련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재건축 부담금도 완화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관련 법개정 절차 등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달중 1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입을 완료하고 1조원 규모의 추가매입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또 중대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임대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국세지원 요건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
이 밖에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자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허용하고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의 융자지원 대상 소득기준을 현 170만원 이하에서 190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한다.
국내 100대 대기업은 불황 속에서 좀처럼 투자 활로를 찾지 못해 올해 6월까지 쌓아둔 현금자산이 유로존 위기 이전보다 10조원이나 더 늘어난 66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 앉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어 기업살리기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