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대 경제성장률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물가는 1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아져 어느 때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여부에 대해 국내외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이달 13일 한은 금통위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는 "한국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약세다"면서 "한국 정책 당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9월 중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한은이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관측했고, 노무라도 올해 한국 수출증가율이 3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종 경제 지표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카드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동력과도 같은 수출이 올해 8월까지 선박, 자동차 등 주력 상품이 위축된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나 줄어들었고, 7,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과 소비도 부진해 7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6% 감소했고, 8월 소비자동향지수(CSI)도 99로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가 내수 침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금리 인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8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로 1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아져 기준금리를 내려도 '물가를 자극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채권 시장 역시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3일 국고채 금리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기대에도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국고3년 지표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낮은 2.75%에, 5년물은 0.03%포인트 떨어진 2.83%로 1995년 4월2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공시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 결정 직전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76%까지 내려갔다.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채권 시장의 기대가 국고채 금리에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