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경제전략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Clyde Prestowitz) 소장은 미국 법원 배심원들이 애플의 완승을 선언한 평결과 관련해 4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애플이 삼성과의 전투(battle)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뒀지만 전쟁(war)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프레스토위츠는 이 글에서 "이번 평결로 향후 수년간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삼성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도했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승리하는게 패배하는 것보다 언제나 좋은 일이며, 애플이 이번 평결로 의미 있는 혜택을 볼 게 분명하다.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삼성 제품의 미 시장 내 판매금지 결정을 추가로 얻어낸다면 단기적으로는 더더욱 애플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스마트폰 시장이 아닌 데다 올해 단일 최대시장 자리를 중국에 넘겨줄 공산이 크다는 점 ▲ 삼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32.6%)이 애플(16.9%)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는 점 ▲ 한국과 일본 법원에서는 미국 법원 배심원들과 달리 애플에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을 감안할 때 미국 외 나라의 법원이나 배심원들이 전혀 상이한 접근을 해 삼성이 미국 외 다른 국가들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애플의 대(對)삼성 소송전략은 애플에 덩크 슛과 같은 속시원한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애플의 최대 취약점은 지적재산권이 아주 많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애플사 제품의 부품과 기술적 발전이 외부 공급회사들에 상당 부분 의존해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삼성은 이와 반대로 부속품과 부품 생산에 필요한 최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해와 삼성이 단기적으로는 애플의 외관과 유사한 제품을 디자인해서 생산해야 할 지도 모르나 장기적으론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발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삼성의 시장 점유율과 생산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도 다른 어떤 회사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어 결국 같은 제품이라도 낮은 가격에 부품을 공급하게 돼 애플과 같은 경쟁사들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