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한국 공기업 자산 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공기업은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이미 국가부채보다 많아져 국가 재정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OECD가 지난해 8월에 34개 회원국 가운데 비교 가능한 28개국의 공기업을 비교한 결과, 한국 공기업의 순자산가치는 1777억달러로 분석 대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컸다.
또 순자산가치가 1천억 달러 이상인 곳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1577억 달러), 노르웨이(1310억 달러), 이탈리아(154억 달러) 등 4개국뿐이었다.
순자산가치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으로, 기업 청산을 가정할 때 남는 자산을 뜻한다. 이를 통해 각국 공기업의 현재 가치와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국가별로 분류 기준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 공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매우 큰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가 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 순자산의 비율에서도 한국은 16.8%로 상위권이었으며, 분석 대상국 평균치의 1.7배였다.
이 비율은 노르웨이(30.8%)가 가장 높았고, 핀란드(24.1%), 이스라엘(20.3%), 폴란드(19.9%)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했거나 높은 수준의 복지가 확립된 국가들이다.
문제는 한국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286개 공공기관의 작년 부채 총액은 463조5000억원, 자본(235조원) 대비 부채비율은 국내 상장기업들의 두 배 수준인 197%에 달했다. 빚이 크게 늘어나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30%포인트 넘게 급등했고,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부채 421조원보다 43조원이 많은 수준이다.
부채는 또 2009년 말 342조원이었으나 3년 사이에 122조원이 늘어났다.
부채가 늘어난 것은 공공기관 자산의 71%를 차지하는 21개 주요 공기업들이 국가정책 사업을 시행하면서 차입금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지방 공공기관의 부채 역시 작년 말 47조원으로 전년보다 3조원 늘었다. 지방 공공기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하철공사와 도시개발공사는 2008년 말보다 부채가 16조원이나 증가했다.
요금인상 제한과 무임승차 증가로 영업실적이 부진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탓이 크다.
공기업 부채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국내 중앙 및 지방공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2007∼2011년 평균)은 약 35.2%다.
미국, 프랑스, 영국, 스웨덴,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 주요 7개국과 비교하면 일본만이 한국보다 높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밝혔다.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공공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국민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공기업 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공공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다.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안정적으로 부채비율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공공 분야에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