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통합진보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어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김제남 의원 등 비례대표 4명에 대한 제명안을 처리했다.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김제남 의원은 의총에 참여해 자신을 제명하는 안건에 직접 찬성표를 던져 헌정 사상 초유의 '셀프(self) 제명'에 나서는 희한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신당권파는 조만간 조직적으로 탈당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7월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막판 부결되면서 사실상 분당 수순에 돌입했었다.
신당권파는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신당 창당을 위해 '셀프 제명'이라는 편법을 동원한 것.
하지만 구당권파도 의총을 무산시키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동원하는 등의 촌극이 벌어졌고, 절차하자로 제명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강기갑 대표가 주재한 이날 의총에는 총 13명의 소속 의원 가운데 이들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해 심상정 노회찬 강동원 의원 등 신당권파측 의원 7명과 구당권파측의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의원 등 10명이 참석했다.
표결에는 신당권파 7명만 참석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으며, 구당권파 의원 3명은 기권했다. 구당권파 의원 3명은 표결을 놓고 신당권파와 말싸움을 벌이다 포기했다. 구당권파는 이에 앞서 구당권파가 물리력을 동원해 의총을 무산시킬 것을 우려 이날 새벽 국회 방호과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제남 의원은 지난 7월 말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에 무효표를 던져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지난 3일 돌연 분당에 참여하겠다며 신당권파 측에 합류, 분위기를 급반전시켰으며 이날에도 찬성표를 던져 제명에 동참했다.
신당권파는 김 의원의 동참 선언 후 곧바로 김의원을 포함한 비례대표 4명의 의원을 데려가기 위해 제명에 착수했으며, 박원석·정진후 의원은 구당권파가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당 당기위원회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주소를 서울 여의도 국회로 옮기기까지 했다.
앞서 이들 비례대표 의원 4인은 전날 서울시당기위원회에서 제명 조치됐으나, 현역 의원의 경우 소속 의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제명이 확정되는 정당법에 따라 의총 표결을 통해 제명 절차가 완료됐다.
신당권파는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최근 `셀프 제명' 작업을 벌여왔다. 의총에서는 4명에 대한 제명안이 단일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들 4명의 의원들이 법적으로 무소속이 되려면 당 대표 직인이 찍힌 제명 서류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국회의장이 이에 대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김제남, 정진후, 박원석, 서기호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당기위원회에서 전날 제명을 당한 것과 관련, "통합진보당을 떠나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펼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당권파 측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 제명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구당권파 측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당 당기위를 통해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덕양갑)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전날 중앙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열어 제명안 통과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로 의총에서 소속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제명될 수 있도록 당규를 개정했다.
또 이날 구당권파 의원들만 모인 가운데 오전 의총을 열어 오병윤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고, 원내대표가 소집하지 않은 의총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총을 무산시키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다.
이에 신당권파 측은 당 대표의 공고가 없는 중앙위는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또 원내대표가 불법적으로 선출됐다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당권파 측 이정미 대변인은 "여러 절차적 문제를 다 따지고 의총을 소집한 것으로, 원내대표가 없는 조건에서는 당 대표가 주요 당무를 통괄하는 당헌 당규상에 근거해 대표가 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오병윤 의원은 "의총은 원천 무효로 차후 법적으로 대응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당권파는 제명된 4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을 포함해 7명의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수순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