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국내 3대 여행업체인 A사의 대표는 독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인해 광복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일본인 단체 관광객 300여명이 한국 여행을 갑자기 취소하는 등 피해가 커져 한숨만 깊어져 가고 있다. 이달 하순부터 시작되는 일본의 수학여행 특수도 실종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국내의 해외여행객들이 반한정서를 의식해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동남아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일본 관련 해외여행상품을 운영하는 여행사들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해외여행객 급증으로 여행사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이들 업체에게는 딴 나라의 일일 뿐이다.
일본차 국내 판매사인 B사는 국내 경기 악화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 판매 실적이 나쁜 상황에서 최근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가운데 일본차를 사면 주위에서 '친일파', '매국노'라고 할까 두려워 일본차 구매를 주저하는 분위기까지 확산되자 판매 계약이 뚝 떨어져 걱정이 태산이다.
흑초를 일본에 수출하는 식품업체 C사는 최근 현지 주문업체가 반한 감정 고조를 의식해 납품 연기 요청을 하면서 매출이 급감, 회사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되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일본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 열 곳 중 한 곳 이상은 최근 독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대일 거래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교역 차질과 매출 감소 등의 피해 유무를 물은 결과 12%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관광업 28.6%, 일본수입차 딜러업 25.8%, 식품업 20.6%, 휴대전화·가전제조업 5.6%, 문화콘텐츠업 4.3%가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또 64.7%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으며, 67.7%는 한일갈등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양국간 중장기적 우호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설문 대상 기업의 77%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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