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유럽과 미국의 경기부진으로 인해 7%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망치가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당분간 중국의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는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에 타격을 줘 중국 수출 증가율이 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수출이 경제의 동력인 우리나라는 특히 중국 수출의존도가 커 비상이 걸렸다.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의 투자은행(IB)들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8월 말 기준으로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IB 11곳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7.9%으로, 올해 들어 7%대로 떨어지기는 처음이다.
주요 IB들의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1월 8.3%에서 3~4월 8.4%로 올랐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5월 8.2%, 6월 8.1%, 7월 8.0%로 8%대를 유지했었다.
더 큰 문제는 IB들이 9월 들어 전망치를 더 낮추고 있어 평균치는 7%대 중반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UBS가 이달 들어 전망치를 기존 8.0%에서 7.5%로 낮춘 데 이어 바클레이즈는 7.9%에서 7.5%로, 노무라는 8.2%에서 8.1%로, JP모간은 7.7%에서 7.6% 각각 하향조정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9년 9.2%, 2010년 10.4%, 지난해 9.2% 등 9%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6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여 2010년 4분기 9.8%에서 올해 2분기 7.6%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침체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과 수요 관련 지표에서 모두 중국 경제의 동력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생산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중 산업생산량은 지난해 8월보다 8.9% 상승하는 데 그쳐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HSBC의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47.6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수축을 의미한다.
상품 수요를 보여주는 8월 소매는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지만 7월의 13.1%과 비슷한 수준이다.
KDB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수요보다 생산이 더 빠르게 둔화하는 것은 기업의 재고 조정이 진행 중인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경기의 저점은 3∼4분기로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연초에 공적 보고에서 올해 성장률을 7.5%로 얘기했는데 1·2분기 성장률이 7.5%를 넘었지만 3분기에 많이 떨어지면 연간 7.5% 성장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지하철 60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1조위안(180조원)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투자기한이 7~8년으로 길어 부양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이번 부양책 효과는 내년 상반기에나 나타날 것"이라며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7.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2009년부터 매년 9∼10%대를 이어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도 여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경기 침체는 이미 한국의 대중국 교역에 영향을 미쳐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20일까지 중국에 대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수출 증가율이 14.8%였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특히 증가율이 2월 9.7%에서 3월 -4.1%로 바뀐 뒤 7월 -5.2%, 8월(1∼20일) -5.6% 등 8월까지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24.2%로 단일 국가 중 가장 컸다. 따라서 중국의 경기 침체는 한국의 무역수지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올해 8월20일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줄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어서 당분간 해결이 쉽지 않다.
IB들이 8월 말 전망한 중국의 내년 성장률은 평균 8.3%였다. BNP파리바가 8.7%로 가장 높고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는 7.9%로 가장 낮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실물 경기 둔화세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한국 기업들은 이에 더욱 대비해야 한다.
LG경제연구소 박래정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수년간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에 이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이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