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금감원, 금융권 비리통계 9년만에 공개 검토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 비리와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금융권의 경각심을 높이고 내부통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기 위해 은행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금융비리 통계가 9년 만에 다시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은행, 비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역별 사고 건수와 금액을 발표했으나 2004년 3월 내놓은 `2003년 금융사고 현황과 대책'을 마지막으로 2005년부터 발표를 중단, 금융권 비리 실태가 국회 국정감사 자료 등의 방법으로 간간이 알려졌을 뿐 전모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1일 "금융권 사건·사고가 속출하고서 해당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내부적으로 집계해온 통계를 내년부터 외부에 알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고 건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금융사고 통계를 공개하면 금융권에 경각심을 줘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아울러 오는 26일 시중은행 감사와 준법감시인, 관련 부서장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내부통제와 관련해 은행 간 우수사례와 잘못된 점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현행 제도의 보완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특히 은행들에 준법감시 인력을 늘리고 더 철저하게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당부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금융비리를 공개하고 내부통제도 강화하려는 것은 금융권에서 임직원이 연루된 금융 사건·사고가 빈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신한은행에서는 지점장이 1000억원대 사기에 가담해 구속됐고, 우리은행에서도 간부급 직원이 고객 6명의 예금 3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전수조사에서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서류를 작성할 때 총 9616건의 내용을 변경하는 등 대출 약정서 무단 변경으로 홍역을 치렀다..

금감원이 지난해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179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2011년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사건·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영업에 치중한 나머지 내부통제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내부통제를 강화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은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높여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 인력의 몇 %를 준법감시 인력으로 배정하도록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워크숍에서 은행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금융당국이 할 일은 무엇인지 모색해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