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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위해 재정정책에 후속 한은 금리인하 유력… "내달까지 안내리면 `실기론' 대두"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모멘텀도 약화된 상황에서 내수 부진까지 심각해져 기획재정부가 최근 실물 부문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만큼 정부의 재정정책 행보에 발맞춰 후속 조치로 한은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느슨한 금융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저성장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실기론'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3%에서 3.25%로 올린 이후 1년간 동결하다가 지난 7월 3%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8월에는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한 차원에서 3%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시장에서는 하반기 1~2차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다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9월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명활 국제거시금융실장은 12일 "경기상황을 보면 소비·투자·생산·수출 모두 나쁘다"며 "3.0% 성장률 달성은 굉장히 힘들다. 이달 중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달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은 0.3%(전기대비)여서 3.0% 성장을 위해서는 분기마다 전기대비 1.2%씩 성장해야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달성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현재 경기 저점이 계속해 미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바닥을 찍어야 반등하는데 바닥이 어딘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대폭 감소한 것이 금리 인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수출은 7월 전년 동기 대비 8.8%, 8월 6.2%씩 줄어들었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가 넉 달째 하락, 비관적 전망도 만연하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위원은 "내수는 물론 7,8월 수출 증가율의 마이너스폭이 커지는 등 수출마저 여건이 좋지 않아서 당국이 경기 안정을 위한 조치로 이번에 0.25%포인트 인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분기(0.3%)에도 못미친다면 경기 저점이 3분기로 이연될 위험성이 큰 만큼 경기 부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 역시 "대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국내 경제성장률도 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한은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부양이 목적이라면 9월, 10월 가릴 것 없이 일찍 내리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5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한은이 발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시차가 있기 때문에 서로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기재부의 부양책이 실물부문에 초점이 맞춰 있다면 한은은 금융부문에 집중한 완화책을 내놓을 거란 얘기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을 통해 정부가 부동산 경기의 하강 속도를 제한할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2.5%까지 떨어져야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물가 흐름 역시 금리 인하엔 청신호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과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했지만 축산물과 서비스요 금이 안정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했다. 하반기 태풍 영향과 석유값 상승으로 소폭 상승 가능성은 있지만 2%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신민영 부문장은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2%로 12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고 말했다. 금리를 내려도 물가가 불안해질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이미 지난달 금통위 직후부터 한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HSBC는 "한국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약세"라며 "내수부양을 위해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레딧스위스는 9월과 올해 4분기 등 금리 인하가 두 차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노무라는 한 술 더 떠 9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대폭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릴린치, BNP파리바,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도 한은의 9월 인하를 점쳤다. 그만큼 한국 경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달 기준 금리도 '동결'로 결정된다면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활 실장은 "이달 혹은 내달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한은이 '과도하게 신중하다'는 평가와 함께 실기론이 다시 대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부문장도 "(동결을 결정한 상태에서)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하면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지난 7월 금리 인하의 효과를 점검하는 지표가 아직 8월 수출 말곤 없다"며 "9월에 정책 여력을 빨리 쓰기보단 10월 수정 경제전망을 할 때 함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등의 양적완화 조치를 지켜본 뒤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기국 채권에 대한 무제한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역시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전세계가 경기 부양모드에 들어갔지만 정작 경기 전환을 이뤄질 지가 관건이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박사는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도 "세계 경기의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 측면에서 히든 카드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유지하되 문제가 있을 때 내리는 형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