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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 전 이집트 주재 美대사관도 시위대 습격받아

[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52)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무장 세력의 미국 영사관 공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이에 앞서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이슬람주의자를 주축으로 한 시위대 수천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현지 일간신문과 TV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 2천여명은 전날 오후 카이로 시내에서 미국 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다가 이중 20여명이 대사관 담장에 올랐다.

이들은 대사관 안뜰을 가로질러 미국 국기를 끌어내렸고 담 위에 서서 성조기를 이로 물거나 손으로 뜯으며 훼손했다.

또 성조기에 불을 붙여 바닥에 팽개치고 발로 짓밟았다.

시위대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한 영화가 예언자 무하마드(마호메트)를 모욕했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국기 대신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하마드가 신의 메신저다'라는 글귀가 쓰인 검은색 깃발을 달았다.

이 영화는 미국에 거주하는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 또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하마드를 사기꾼으로 묘사하는 일부 장면이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게시됐다.

현지 매체는 며칠간 이 영화를 비판했으며 일부 강경 이슬람 성직자가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이날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일찍 퇴근해 시위대가 대사관에 난입했을 때에는 근무자가 거의 없었다고 미국 관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