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국내 100대 기업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억5000만원, 직원 평균 임금은 57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 가운데 등기이사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로 109억원이었고, 직원 연봉인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차로 8900만원이었다.
특히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연봉은 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의 1200배 수준이다.
또 중소기업 직원의 급여는 대기업의 60%대 수준에 그쳐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 임원과 직원 간의 임금 격차가 크면 사회 갈등 요소로 작용,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기업들에게도 적지않은 타격을 주는만큼 시장경제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금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작년 100대 기업 전체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은 8억5000만원이며, 직원은 5700만원으로 평균 14.9배의 차이가 났다.
작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가운데 등기이사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로 1인당 평균 109억원이었다. 여기에는 수년에 걸쳐 지급되는 보너스가 일부 포함됐다.
이어 삼성SDI(35억4000만원), CJ제일제당(28억9000만원), 한화케미칼(28억5000만원), 삼성테크윈(23억3000만원), 한화(21억3000만원), 현대차(21억원), 삼성중공업(18억2000만원), 현대제철(16억2000만원), 현대모비스(15억2000만원) 순이었다. 삼성SDI와 삼성테크윈 등은 퇴직금이 일부 포함됐다.
직원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차로 8900만원이었다.
이어 기아차(8400만원), 현대모비스(8300만원), 한라공조(7900만원), 삼성전자(7800만원), 현대중공업(7800만원), 삼성중공업(7600만원), 한국항공우주(7600만원), 한국프랜지(7600만원) 순이었다.
등기이사와 일반 직원의 연봉 격차가 가장 심한 곳은 삼성전자로 139.7배 차이가 났다.
또 CJ제일제당 60.3배, 한화 44.3배, 삼성중공업 24.0배, 현대차 23.6배, 현대제철 22.9배, LG화학 21.5배, 호남석유 20.4배 등도 격차가 컸다.
격차가 가장 작은 곳은 남해화학으로 2.1배 차이였고 쌍용차, 대한전선은 각각 3.4배였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연봉은 정부가 정하는 최저 임금는 더 큰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연봉 `톱'인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연봉은 작년 최저임금 근로자와 비교하면 1200배 수준이다.
작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4320원으로 주5일제로 하루 8시간씩 일했다면 연봉은 고작 895만원으로 삼성전자 등기이사와 무려 1218배 차이가 났다. 작년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면 연봉은 1261만원으로 864배 격차를 보인다.
이런 격차는 대기업들이 급속한 성장을 하면서 임원들의 연봉을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현대차, 기아차 등 대기업이 이제는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삼성전자가 외국에서 벌어오는 수익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기업"이라며 "세계적인 기업과 한 국가의 최저 임금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직원들의 임금은 중소기업과 비교해도 격차를 보였다.
올해 6월 말 현재 중소기업(5~299인 사업장)의 1인당 월평균 임금은 265만6천원으로 대기업(300인 이상) 417만1000원의 63.7%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2008년 말 54.9%에서 2009년 말 55.8%, 2010년 말 58.1%, 작년 말 55.9%에 이어 올해는 60%대 초반 수준으로 수년간 50∼6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우리 경제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중소기업도 하청 발주가 늘어나 그 효과가 국내 경제 전반에 골고루 퍼져야 하는데 그런 혜택이 중소기업에는 돌아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한기 경제정책팀장은 "대기업이 상품을 생산할 때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맡기면서 납품 단가를 낮추는 관행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 임금은 공무원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100대 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 5700만원은 일반직공무원의 중간지점인 5급 사무관 15호봉과 비교해도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사무관 15호봉의 월 기본급은 306만1000원으로 연봉은 3673만원이며 성과급과 수당을 고려해도 4000만원대이다.
100대 기업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 8억5000만원은 대통령 연봉(1억7909만원)의 4.8배다. 대통령 연봉은 직급보조비와 급식비 등을 고려하면 2억1905만원이다.
작년 연봉은 국무총리 1억3884만원, 감사원장 1억504만원, 장관·서울시장 1억297만원, 차관·광역시장·도지사·교육감 9915만원 등이었다.
우리 사회에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노동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격차는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상장 대기업 등기이사의 연봉은 1인당 개별 연봉이 아닌 평균 연봉으로만 공시돼, 임원 개개인의 정확한 급여를 확인할 수 없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상장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주조차 등기이사의 연봉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없다"며 "어떤 기준으로 연봉이 결정됐는지 최소한 주주들이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이익 전가 문제에 대한 제도적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한기 팀장은 "임금 격차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당국의 정책, 제도, 법적인 측면에서의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사회적 통합을 위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상조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한다"며 "이 같은 현실을 생각하면 대기업도 사회 통합과 협력 차원에서 시선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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