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농민 고령화와 원가 부담 등으로 농민과 도시 근로자의 소득 격차가 역대 최고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농촌 경제가 갈수록 기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 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59.1%로, 역대 최초로 이 비중이 60% 밑으로 떨어졌다.
1980년대 중반까지 농가 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을 앞질렀지만 이제는 역대 최대로 격차가 벌어진 것.
농가 소득은 1985년에는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112.8%에 달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것은 도시가구 소득은 계속 늘어난 반면 농가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한 데다 농촌 인구도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은 2005년 3902만원에서 지난해 5098만원으로 6년새 31%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농가 소득은 3050만원에서 3015만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농가의 가계 상태도 적자경영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농가의 소득 대비 가계비(농가경제수지)는 1995년 1.47에서 지난해 1.08까지 하락,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 농가경제수지가 1을 겨우 넘는다는 것은 적자를 간신히 모면한다는 것을 뜻한다.
농촌 경제가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 것은 농산물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는 데 반해 원가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가의 대표적인 작물인 쌀의 판매가격(2등품 80㎏ 기준)은 2000년 15만7000원에서 지난해 16만원으로 10여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지만 같은 기간 요소비료 가격은 5300원(20㎏ 기준)에서 1만1000원으로 급등하는 등 농자재 가격은 2배 수준으로 올랐다. 인건비도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농업의 대형화, 기업화만 외칠 게 아니라 중소농가 소득의 증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정은미 연구위원은 "전체 농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농가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직거래 확대, 농산물 가공 지원 등 다각적인 대책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통적인 작물 생산만으로는 소득을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 특산품 가공 등으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이윤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원의 이병훈 박사는 "농업소득 이외의 다양한 소득원 개발과 함께 생계유지가 힘든 고령 영세농을 위한 사회복지 차원의 소득 보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