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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근로자들 "추석이라 더 괴롭다… 차례상도 못차려" '한숨'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추석을 앞두고 임금을 제 때 받지 못해 추석 선물 구입은 물론 차례상조차도 차리기 어려운 임금체불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의 체불 임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이번주 초부터 추석을 앞둔 체불 근로자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집중 지도에 들어갔다.

14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발생한 전국 체불임금은 근로자 19만2445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7915억원에 이르러 전년 동기의 7306억원에 비해 8.3%나 증가했다.

근로자 1인당 411만원의 임금이 체불된 셈이다.

올해 경기 불황의 여파로 임금체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에서 올해 5만4161명의 임금 1976억원이 체불돼 지난해 4만2098명(1876억원)보다 12.61% 늘었다.

이 가운데 2만6775명의 임금 1020억원은 지역 고용지청의 지도로 근로자에게 돌아갔지만 2만3997명(789억원)은 아직 돌려받지 못해 상당수 근로자들이 차례상 조차도 준비하기 힘든 '우울한 추석'을 맞이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근로자 1만2133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515억원이 체불됐다. 지난해에 비해 체불 근로자 수는 5.8% 줄어들었지만 금액은 오히려 24.1%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227억원은 청산됐지만 나머지 265억원은 여전히 미청산된 상태로 남아 있다.

광주·전남지역의 체불임금액은 3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9억 원에 비해 26.5%나 증가했다. 4329개 사업장에서 1만600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강원도에서는 근로자 1996명이 77억5800만원의 체불임금을 받지 못했다.

한편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체불임금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2227억원(3만6954명), 건설업에서는 1144억원(2만6994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제조업은 13% 증가했고 건설업은 3% 감소했다.

노동부는 추석을 앞둔 체불 근로자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이달 28일까지를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으로 정하고 이번주 초부터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집중 지도에 들어갔다.

현재 전국 47개 지방관서별로 전담반을 구성, 체불 사업장을 대상으로 청산을 독려하고 있다.

또 가동 중인 사업장 소속 체불 근로자에게는 생활 안정금 명목으로 최대 700만원(연리 3%, 1년 거치 3년 분할상환)까지 생계비를 빌려주고 일시적 경영난으로 임금체불이 발생한 기업에는 '체불청산 지원 사업주 융자 제도'에 따라 5천만원(연리 3~4.5%, 1년 거치 2년 분기별 상환)까지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노동부는 수시로 체불 상황을 감시해 추석 전까지 임금이 최대한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근로자들과 노동단체는 노동부의 이 같은 조치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추석을 3주 앞두고 집중 지도로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라며 "근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임금인 만큼 더 강력하게 행정지도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