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가 미국 일부 이통사에서 하드웨어상의 문제로 인해 데이터와 음성을 동시에 접속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와 씨넷 등 미 외신은 애플의 아이폰5가 미국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의 4G(4세대) LTE(롱텀에볼루션)망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지원하지 않아 '제3의 안테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14일 보도했다. 미국의 다른 이동통신사인 AT&T의 경우 이런 문제는 없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5를 사용하는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고객이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이용하려면 반드시 와이파이(WiFi)존에 있어야만 한다.
즉, 사용자가 전화통화를 하는 중에 사파리 웹브라우저 등의 앱을 통해 데이터를 받기 위해서는 일부러 와이파이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이는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4를 출시했을 당시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겪었던 `안테나케이트'를 연상시키는 문제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아이폰5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어느 이통사를 통해 아이폰5를 개통할 지를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 12일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센터에서 아이폰5를 공개할 때에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에서 아이폰5 사용자가 4G LTE망을 통해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접속할 수 없는 이유는 아이폰5 단말기에 제3의 안테나가 없는 하드웨어상의 결함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S3 LTE폰은 이미 별도의 안테나를 설치해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의 LTE망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스프린트에서 서비스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넥서스4G, 버라이즌에서 서비스되는 모토로라의 드로이드 레이저 M같은 단말기들도 4G LTE망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지원한다.
뉴욕타임스는 스프린트와 버라이즌에서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지원하는 이들 회사의 4G LTE 단말기들에는 추가 안테나가 있어 원래 안테나로 음성통화 중에도 4G LTE망에서 데이터를 끌어올 수 있다고 전했다
어낸드 심피 어낸드테크 편집자는 “삼성전자 갤럭시S3에도 추가 안테나가 부착돼 이같이 음성서비스와 데이터를 동시에 4G LTE망에서 수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이폰5가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의 LTE망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지 않도록 한 것은 애플의 결정이었다.
애플이 수신감도 향상을 위해 2개의 안테나를 설치했지만 제3의 안테나를 추가해 줘야 했었는데, 제조공정의 단순화를 위해 이 과정을 생략했다.
이미 아이폰5에 2개의 안테나를 설치한 상태여서 스프린트와 버라이즌만을 위한 별도의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4세대 LTE 기술이 발전하면 또다른 '제3의 안테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음성통화를 지원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은 현재의 4세대 LTE 기술이 음성은 송신하지 않고 데이터만 전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G LTE폰으로 음성전화를 걸게 되면 이 신호는 이동통신사의 3세대 또는 2세대망으로 건너가게 된다.
AT&T의 이전 통신망인 GSM은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지만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의 구세대 통신망인 CDMA는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AT&T에 가입하면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에 가입하면 반드시 와이파이존에 있어야만 동시이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이 아이폰5의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