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섰다.
안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일행 5명과 함께 광주 북구 운정동 묘역을 찾았다.
안 원장은 방명록에 "고이 잠드소서"라고 적고 유영봉안소를 둘러봤다. 이어 추모탑에 꽃다발을 놓고 참배한 뒤 영령들의 묘, 추모관을 찾아 전시 자료를 살펴봤다.
안 원장은 `특별히 가고 싶은 묘역이 있느냐'는 묘지관리소 직원의 질문에 "아는 사람은 많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은 5ㆍ18 희생자 영혼결혼식의 주인공이자 항쟁 당시 광주 시민군의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박관현 열사, 언론인 송건호의 묘에 들러 참배하는 등 1시간 정도 머물렀다.
안 원장은 묘지관리소에 연락하지 않은 채 비공개로 묘역을 찾았다.
유민영 대변인은 전격적인 방문에 대해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5·18 묘역을 방문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혼자서 조용하게 다녀오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이 지난 11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출 확정 직후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가운데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이자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를 찾은 것이어서,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범야권 대선후보들이 관례로 출마 선언 직후 5·18 민주묘지에 들러 참배한다는 점에서 안 원장이 야권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의 근거지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영령들의 묘를 둘러본 것은 명실상부한 야권 주자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남은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에게 뒤지던 노무현 후보를 밀어주는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전략적인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방문은 대선 출마를 앞두고 호남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차원으로도 여겨진다.
안 원장은 현재 광주·전남 등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누르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전날 박 시장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박 시장은 "정치적인 얘기는 일부러라도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출마와 관련한 모종의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시장이 시민사회의 `대부'라는 점에서 안 원장이 박 시장을 만난 것 자체가 시민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신호를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원장이 광주를 방문한 것은 민주당의 후보 선출이 임박했고, 현재 경선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경선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부상한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후보의 부상이 자신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국민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행보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만큼 5·18 민주묘지 방문과 같은 의미있는 행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론 노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