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과정에 개입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쳤다는 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상고를 포기, 13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2일 대구고법 재판부가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도록 한 판결에 대해 상고기한인 12일까지 상고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예상과 달리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2006년부터 경제개혁연대가 소액주주들을 모집해 진행해 온 소송은 원고들의 최종 승소로 마무리됐다.
2심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인 제일모직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하도록 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쳤다며 제일모직에 13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원고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 이건희 등이 직접 또는 비서실을 통해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에버랜드 CB는 피고 이건희의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CB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돼 배상책임이 있다"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상법 399조에 따라 이사의 책임을 묻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감액할 수 있지만 피고 이건희의 경우에는 감액할 사정이 없어 감액하지 않고, 불이익 변경의 원칙에 따라 피고들에게 불리하게 판결을 변경할 수 없어 1심 선고 금액인 130억원의 배상을 명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1심 재판부가 배임에 해당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자 항소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건희 회장의 이례적인 상고 포기를 환영한다"면서 "삼성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을 희망하며 향후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변화를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헐값에 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일모직 등이 인수를 포기하고 대신 실권주를 이재용 등 이 회장의 자녀가 인수하자 편법상속 및 기업지배권 불법 승계 의혹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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