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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연쇄살인범' 1명 더 살해… '서울판 살인의 추억' 미제 해결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한 무기수의 사망 일주일 전 '양심 고백'으로 8년 미제 사건이 풀리게 됐다.

지난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건물에 침입해 2명을 살해하는 등 6명을 연쇄 살해한 일당이 여성 1명을 더 살해하고 여성 2명에 대해서는 살인미수에 그쳤던 사실이 공범의 사망전 양심고백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이른바 '석촌동 연쇄살인' 등으로 성동구치소에 복역 중인 이모(46)씨에 대해 강도살인 등 혐의로 추가 기소 의견을 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씨는 공범 이모(구치소에서 2011년 7월 사망·당시 65)씨와 2004년 8월16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주부 김모(당시 49)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씨는 또 3일 뒤인 8월19일 오전 3시30분께 강북구 미아동의 한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A(당시 21·여)씨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고 600m 떨어진 골목에서 B(당시 19·여)씨도 살해하려한 혐의(살인미수)도 받고 있다.

이로써 2004년 12월 송파구 석촌동 전당포 주인과 종업원을 살해하는 등 4차례에 걸쳐 6명을 살해하고 18차례의 강·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2차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씨가 살해한 사람은 모두 7명으로 늘어났다. 또 2명을 죽이려고 한 사살도 드러났다.

마약거래를 통해 알게 된 고향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마약 자금을 마련하고자 범행했으며 마약에 취한 환각 상태에서 범행하다 보니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흉기로 찌르거나 살해했다. 이들은 범행을 할 때마다 마약에 취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씨의 추가 범행은 '석촌동 연쇄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던 공범 이씨가 지난해 7월 서울 구치소접견실에서 간암으로 숨지기 7일전 경찰에 이 사건을 포함한 여죄를 양심고백함으로써 밝혀질 수 있었다.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1년6개월 동안 16차례 교도소를 찾아가 추궁하던 경찰에게 간암으로 인해 죽음이 다가오자 "죽기 전에 양심 고백을 하겠다"며 남은 범행을 실토한 것.

이 사건은 2004년 8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 미수 사건으로, 당시 비오는 목요일마다 살인(살인미수)사건이 일어나 '비 오는 날의 목요 괴담' 또는 '서울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렸던 6건 중 남은 3건이었다.

그러나 이씨가 숨진 공범의 양심고백 내용을 부인해 경찰이 추가 기소의견을 내기까지 1년 넘게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철, 정남규 등 2004년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한 연쇄살인범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이들의 추가 범행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석촌동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2008년 8월 이씨가 공범 이씨에게 "방이동 빌라에서 부녀자들을 살해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이들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가 우연히 편지를 읽은 다른 수감자의 신고로 4명을 강도·강간살해했던 추가 범행이 발각됐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2004년 10월 송파구 방이동 한 빌라에 가스검침원이라고 속이고 들어가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총 4명을 더 살해한 것을 밝혀냈다.

이들이 주고 받은 편지에는 "우리가 죽인 사람이 알려지면 정남규나 강호순, 유영철 같은 애들은 게임이 안된다"는 내용도 있어 추가 범행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에 밝혀낸 추가범행과 관련해 "한 강력형사가 추가 범행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씨를 숨지기 전 4개월간 찾아가 끈질기게 추궁한 결과 장기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해결했다"며 "이들이 교도소에서 주고 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살아있는 공범들을 대상으로 여죄를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