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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부녀회 `집값담합' 조장 6년만에 재현… "3억 이하에 팔지마"

[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집값이 많이 내린 수도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부녀회가 집값 담합을 조직적으로 조장하는 일이 6년 만에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인 경기도 용인시의 A 아파트에는 최근 이 아파트 부녀회 이름으로 `33평 주택을 3억원 이하에 내놓지 말자'는 게시물이 붙었다.

이 아파트 입주자들에 따르면, 부녀회는 `급전이 필요하면 연 2.5%의 저금리로 빌려주겠다'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를 내놓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힘들다면 생활자금을 빌려줄테니 아파트를 싼값에 내놓지 말라는 것이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33평(105㎡) 기준으로 3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 3억5000만원에 비해 1년 만에 11.4% 하락했다.

금감원은 부녀회의 이 같은 급전 대출은 엄밀히 보면 대부업이나 사금융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 대부업 신고를 해야 한다"며 "대부행위로 볼 것인지, 단순 금전대차 계약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부녀회가 주택 매매 가격의 하한선을 정해두는 것은 담합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녀회의 집값 담합은 6년 전에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자 주변 단지와 시세를 비교한 후 `얼마 이하에는 팔지 말자'며 선동했다는 점이 다르다.

용인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06년에는 집값이 뛸 때이고, 지금은 집값이 내림세라는 것을 제외하면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점이 알려지지 않도록 인근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공공연히 압박하는 일도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시의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매물 가격을 붙여놨다간 부녀회의 항의에 장사를 접어야 할 지경"이라며 "부녀회가 가격까지 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