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채업 자격요건, 영세업체 ‘죽을 맛’…대형업체는 ‘반색’
산림청, 후진성 면치 못하고 있는 목상 경쟁력 강화 위해
내년 5월 목재의지속가능한이용에관한법률(이하 목재법) 시행에 따른 산림청의 하위법령 재정이 또 말썽을 부리고 있다. 하위법령이 산업현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일부 힘 있는 기업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은 최근 목재생산업의 등록 요건으로 상시고용인원 수에 따라 ‘임산가공기사’, ‘임산가공산업기사’, ‘임산가공기능사’를 각각 한 명 이상 고용토록 하는 법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목재생산업의 종류는 일반제재업을 비롯해 합판 및 보드 생산업, 방부처리업, 칩 톱밥 목분 제조업, 목탄 목초액 제조업, 목질 건축용 내장재 생산업, 무늬목 제조업 등 거의 모든 목재생산업체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수가 지난해 말 현재 △임산가공기사 172명 △임산가공산업기사 139명 △임산가공기능사 652명 등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산림청은 이에 대해 단순한 착오라면서 재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불거진 문제는 목재법 하위법령이 영세업자들이 사업을 하기 곤란하게 만들어서 힘 있는 큰 기업들이 이들을 흡수토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분야는 벌채업. 산림청은 최근 하위법령 설명회를 개최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목의 벌채 유통과 관련한 벌채업 등록 자격요건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벌채업의 업무범위는 벌채 및 유통이고, △산림자원의조성및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른 기술1급 이상인 산림경영기술자 1명 또는 기술2급 이상인 산림경영기술자 2명 이상과, △임업및산촌진흥촉진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6조제3항제1호에 따른 기능인영림단의 필수인력기준(6명)과 동일한 인력·자격 비율을 가진 작업원을 두어야 하고, △자본금을 1억원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에 의하면, 산림청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벌채업에 종사하는 생산자(일명: 목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이 법의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영세 목상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림청이 목재법을 이용해 자신들을 없애고 큰 업체들만 살아남게 하려고 한다는 것.
한 벌채업계 관계자는 “설명회 이후 원목 생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영세 목상들은 이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하고 있다”며, 반면 “설명회에 참석해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대형 유통업자들은 발 빠르게 마치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산림청 산하의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회원사들을 모집해 약 150여명의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원목 유통량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몇명이 회장단이 되었는데, 특히 회원모집 과정에서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협회에 가입하면 벌채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도 “자신들이 산림법인을 인수하거나 영세한 목상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산림청의 국유림매각기준을 보면 입목을 벌목 후 생산한 원목을 매각하는 입찰에 참여하는 자격은 아무런 제한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벌목하지 않은 입목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자격에도 △벌채허가 등을 받아 벌채한 실적이 있는 자 △임업 및 산촌 진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에 따른 임업인으로 돼 있는데, 임업인의 자격은 연간 90일 이상 임업에 종사하면서 12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거나, 산림조합조합원으로 가입하거나, 본인 소유의 산림이 있는 자로 규정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림청의 목재법 하위법령 제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제정인지 모르겠다”면서 “목재산업의 육성이라는 목재법의 목적에 따라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고, 영세업체를 도태시킬 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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