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앞으로 해킹이나 보이스피싱 범죄 등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은행이 고객의 고의·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고객의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그동안 기존 약관에는 은행의 면책사유만 열거하고 책임부담은 명시하지 않아 금융사고 발생 시 고객이 은행의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금융사고로 피해를 본 고객은 손실을 보전받기가 어려운 반면 은행은 상대적으로 쉽게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또 현금카드 등을 분실했을 때 신고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이를 접수하고 전산입력에 요구되는 합리적 시간이 지난 후'에 효력을 인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고객 보호 강화를 위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과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등 표준약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카드, 인증서, 비밀번호, 이용자번호 등과 같은 전자금융거래의 접근수단이 위·변조 또는 전자적 전송·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이용자의 손해를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
은행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정전, 화재 등 불가항력 경우, 현금카드와 같은 접근수단을 제삼자에게 대여하거나 사용을 위임한 경우, 고객이 자신의 인증서 등 접근수단을 누설·노출하거나 방치한 경우 등 은행이 면책사유를 입증하면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덜 수 있지만, 제삼자가 은행전산망을 해킹해 고객 돈을 빼가거나 현금카드를 위조해 예금을 찾아가면 원칙적으로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사고 발생 시 원칙적으로 은행이 책임을 지도록 명시함으로써 은행 스스로 약관상의 면책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는 고객이 현금카드 등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때 은행에 신고하면 그 즉시 신고의 효력이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분실이나 도난신고를 접수하고 전산입력에 요구되는 합리적 시간이 지난 후에 효력을 인정했었다.
은행은 카드 분실 신고의 효력이 발생한 후부터 부정이체에 따른 고객의 손실을 책임져야 하는데, 효력 발생 시기가 '신고 후 즉시'로 변경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가 덜어지게 됐다.
아울러 개정된 표준약관에서는 은행이 이자율, 할인료, 보증료, 수수료 등의 거래조건을 상품설명서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거래조건을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알리게 되어 있어 고객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고객이 이미 신고한 성명, 주소, 전화번호, 인감, 서명 등의 변경신고도 바뀐다.
지금까지 이 같은 조항들에 대해 서면으로만 다시 신고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전화, 팩스, 기타 전자적 수단으로 변경신고할 수 있게 바뀐다.
아울러 은행이 약관을 변경할 때 변경 30일 전까지 고객에게 개별통지하고 고객이 변경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리도록 해 고객 동의 없이 이루어진 약관 변경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또 전자금융거래 시 오류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이 오류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주 이내 오류의 원인과 처리결과를 고객에게 알리는 것도 의무화됐다.
이밖에 고객이 전자금융거래 내용을 서면으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면 요청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 거래내용을 서면으로 주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