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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342조5000억원… 균형재정·경기부양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국내 경기 하강 가능성에 대비해 경기 둔화에 대응하면서도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내년 나라 살림이 342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민간 고용시장 위축과 청년·베이비붐 세대의 취업난을 고려해 일자리 58만9000개를 만들기 위해 재정 10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병사 월급을 15% 인상한다.

국가장학금을 5000억원 늘리고 양육수당을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한다.

성폭력과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7000억원을 투입한다.

재정융자 6조7000억원을 이자차액 보전 방식으로 바꿔 실제 총지출을 늘렸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3년도 예산안과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해 다음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325조4000억원)보다 5.3%(17조원) 늘린 342조5000억원이다.

다만, 재정융자를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실제 총지출 증가율은 7.3%로 확대된다.

이차보전 방식 확대로 생긴 여유재원 3조5000억원은 경기 대응, 민생 안정, 지방지원 등에 쓴다.

총수입은 올해(343조5000억원)보다 8.6%(29조6000억원) 늘어난 373조1000억원으로 짰다.

국세수입은 5.2% 불어난 216조4000억원, 세외수입은 32% 늘어난 37조4000억원, 기금수입은 8.9% 증가한 119조3천억원이다. 세수 전망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애초 예상(4.3%)보다 낮은 4.0% 증가에 그친다는 전제로 이뤄졌다.

이에 따른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0.3%인 4조8000억원 적자, 국가채무는 올해 445조2000억원(GDP 대비 34.0%)에서 내년 464조8000억원(33.2%)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적자국채 발행은 올해 13조9000억원에서 내년 7조8000억원으로 준다.

관리재정수지는 2014년 1조원 흑자로 돌아서고서 해마다 흑자 폭이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매년 하락해 2015년(29.9%) 30% 밑으로 떨어진다.

내년 예산안의 분야별 재원배분을 보면 보건·복지·노동 분야가 97조1000억원으로 4.8% 늘었다.

교육이 49조1000억원(7.9%), 일반공공행정 57조3000억원(4.0%), 사회간접자본 23조9000억원(3.6%), 연구개발 16조9000억원(5.3%) 등으로 대부분 증액됐다.

주요사업을 보면, 내년 고용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지원 일자리를 올해보다 2만5000개 많은 58만9000개 만드는데 10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중에는 유망 중소기업 인턴(5만개), 글로벌·문화 일자리(2만4000개), 지역사회·교육서비스(2만6000개) 등 청년 친화적 일자리 10만개와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을 돕는 `중장년 재도약 일자리' 3만개가 포함되는 등 청년·여성·노인 등 취업 취약계층에 특화된 일자리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

뿌리산업과 신성장 분야의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해결하고자 현장 맞춤형 훈련 등에 3000억원을 투입해 청년 인재 5만명을 키운다.

퇴직이 본격화한 베이비붐 세대에겐 그들의 경륜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3만개는 올해의 3개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장년 재도약 일자리' 1만개를 만들고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제공한다.

지역사회 인력양성 사업을 베이비붐 세대 일자리 사업으로 개편해 기업 채용과 연계한 지역 틈새 일자리 1만5000개를 확충한다.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25곳에 설치해 전직과 재취업 서비스를 한다.

또 신규사업으로 146억원을 배정해 직접일자리 참여자에게 직업훈련을 동시에 하도록 해서 민간 고용시장의 진입을 돕는다.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국민연금·고용보험료 지원 대상을 월 평균임금 125만원에서 130만원 이하로 확대, 해당 예산을 2654억원에서 4797억원으로 늘렸다.

취업성공패키지 훈련참여수당을 올해 월 31만6000원에서 내년 40만원으로 올려 구직자 22만명의 생활 안정과 취업활동을 돕는다. 직업훈련을 수료하고서 취업에 성공하면 개인이 부담한 훈련비를 전액 돌려준다. 근로 유인을 주기 위해서다.

실업급여 대상에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65세 이상(4만명)과 영세자영업자(3만5000명)도 추가했다.

고용시장이 움츠러드는 것에 대비해 긴급고용안정 지원도 늘린다.

무급 휴업·휴직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하고자 새로 84억원을 배정하고 사업주의 자발적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저리융자 자금(50억원) 지원을 신규사업으로 넣었다.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대상도 월 170만원에서 190만원 이하 근로자로 확대한다.

일자리를 지키거나 나누는 고용구조 정착도 돕는다.

우선 임금피크제 등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연장을 지원한다. 출산·육아휴직 후 계속 고용할 수 있는 여건도 보장해준다. 육아휴직 복직 후 6개월 이상 연속해서 고용하면 사업주에게 연 24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고자 컨설팅 인프라를 확충하고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도 강화한다.

이 같이 내년 일자리 예산의 특징은 예산으로 만들거나 보조하는 `재정 일자리'를 작년보다 크게 늘리고 고용 분야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쪽에 맞춰졌다.

이는 취업자 증가 수가 지난달까지 30만명을 웃도는 호조세를 보였지만 경기 영향을 시차를 두고 받는 고용시장의 경기 후행(後行)적 성격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시작된 만큼 늦어도 내년 초에는 고용시장 위축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회복이 지연돼 계층 간 격차를 완화하고 사회불안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절실해진 현실을 고려해 '맞춤형 복지'로 시대의 화두가 된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방안도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복지 분야(주택부문 제외) 예산은 올해보다 6조원(8.1%) 늘린 79조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주택 부문을 포함한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4.8% 증가한 97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이차보전 지원금을 융자로 환산한 지출까지 합치면 실제 복지분야 지출 증가율은 10.8%에 달한다.

정부는 영유아, 학생, 장년, 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복지서비스를 확충하기로 했다.

먼저 생애 첫 단계인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에 뇌수막염을 추가하고 0~5세 양육수당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까지로 확대한다. 소아전용 응급실을 내년에 2개, 취약지 분만실을 5개 더 늘린다.

올해 논란이 된 무상보육 문제는 소폭 개선하는 방향을 내놨다. 0~2세 전 계층에게 주던 보육비 지원을 소득 상위 30%엔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양육보조금을 주고 보육시설을 이용하면 보육료 바우처(아이사랑 카드)를 추가로 지원한다. 부모로서 아이를 집에서 기르면 양육보조금만 받고 어린이집에 보내면 바우처가 추가로 나와 기본으로 지급받은 양육보조금과 추가로 받은 바우처로 어린이집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0~2세 양육보조금은 소득 하위 70%까지, 보육료 바우처는 전 계층에 주므로 상위 30%는 양육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보육시설을 보낼 때 양육보조금만큼 덜 받는다.

현행 제도에선 0~2세 자녀를 둔 상위 30%도 보육료를 다른 계층과 똑같이 받는데, 내년엔 지원금이 줄어든다.

누리과정이 내년에 3~4세에도 적용돼 이 연령층의 자녀를 둔 전 계층이 보육비를 지원받는다. 현재 양육수당 지원 대상이 아닌 3~5세도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소득 하위 70%까지 양육보조금을 받는다.

보육시설 이용 수요가 늘어나는 데 맞춰 공공형 어린이집을 500여개소, 국공립 어린이집을 43개소 확대한다.

학생 복지로 대학생 학비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가장학금을 2조2500억원으로 늘려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이 가도록 했다.

국가장학금 Ⅰ형 기준으로 지원 대상이 소득 하위 3분위에서 7분위로 확돼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학비 부담 경감률이 현재 평균 37%에서 평균 50%로 올라간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근로장학금의 수혜 대상도 2배 수준(3만7000명→7만명)으로 확대한다.

든든 학자금 규모도 내년에 3424억원 늘린 1조904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공유지에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싼값에 입주할 수 있는 '연합기숙사'를 짓는다. 기숙사는 2곳에 모두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한다. 2인실 기준 1인당 기숙사비는 월 19만원 수준으로 하고, 연평균 인상률은 2%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립대 기숙사 건립 예산을 올해의 두 배 가량인 1372억원으로 확대한다.

주거비 부담을 덜고자 전세자금과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을 총 4조원 증액한다.

장년층을 위한 주거지원 대책으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금'을 2조5000억원 확충한다. 재정융자 방식이 아닌 이차보전 방식으로 지원한다. 수요가 많은 보금자리 임대주택 건설을 올해 8만호에서 내년 9만5000호로 늘린다.

노인 복지 분야에서 기초노령연금의 지원 대상(386만→405만명)과 연금액(월 9만4600→9만7100원)을 확대한다.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에게 새롭게 청소와 세탁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에는 무상으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해준다.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재산의 소득환산제 개편과 부양의무자의 기본재산 공제액 인상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143만명으로 3만명 늘린다. 3만명이 기초수급자로 새롭게 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일을 통해 소득이 늘어 기초수급자 대상에서 벗어날 때도 이행급여를 준다. 근로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행급여는 탈(脫)수급 시 갑작스럽게 정부 지원이 끊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2년간 교육과 의료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다. 현재는 정부가 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희망키움통장 가입자가 탈수급할 경우 이행급여를 주고 있다.

긴급복지 수급대상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00%에서 120%로 완화하고, 주거지원 기간을 최장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한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에 액화석유가스(LPG) 소형저장탱크를 설치해준다. 저장탱크는 1.5~2.0t 규모다. 배달용 프로판가스를 이용했을 때보다 연료비가 24%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 360개소에 LPG 소형저장탱크를 보급할 예정이다.

장애인 복지 분야에선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를 월 2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장애인의 일반기업 취업을 촉진하고자 고용지원 서비스 사업 예산을 487억원에서 728억원으로 확대한다.

장애인 활동지원 수혜기준을 장애 1등급에서 2등급으로 완화한다. 장애아동의 서비스 이용시간은 성인수준인 103시간으로 늘린다.

영유아 발달장애 검진요건(기초수급자→차상위 이하)과 재활서비스 지원기준(전국가구 평균소득 100%→150% 이하)을 완화한다.

발달장애인에 성년후견인제도를 도입하고 부모 심리치료도 지원한다.

다문화가족을 위해 관련 예산을 9.4% 확대하고, 결혼이민자 코디네이터를 50명 선발해 결혼이민자들이 한국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해 주도록 한다.

탈북민의 초기 정착기본금을 1인당 6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100만원 올린다.

농어업인 복지를 위해 농어업 재해보험 대상품목을 확대한다. 시설부추, 시금치, 상추,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미역, 뱀장어, 숭어, 멍게 등 9개 품목이 추가된다.

농어민 재해공제의 보장수준을 상품별로 1000만원 올리 재해장해 연금특약을 신설한다.

병영 내 생활경비 지원을 확대하고자 병사봉급을 15% 인상, 이병(8만1500원→9만3700원)을 뺀 모든 계급이 10만원을 넘게 됐다.

이병은 8만1500원에서 9만3700원, 일병은 8만8200원에서 10만1400원, 상병 9만7500원에서 11만2100원, 병장은 10만8000원에서 12만4200원으로 오른다.

상병 진급자 대상 건강검진을 일부 부대에서 전 부대로 확대한다. 장병 급식비도 4.5% 인상한다. 전반적인 병 복무여건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예산을 3188억원(1조1923억→1조5111억원) 확대한다.

참전유공자 예우를 강화하고자 무공영예수당과 참전명예수당을 월 2만원씩 올린다.

성폭력과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올해보다 각각 54%, 60% 증액한 4055억원, 2957억원을 배정했다.

독도 등 영토주권 수호와 국제법을 통한 국익 증진 예산으로 54억원을 편성했다.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1조116억원에서 내년 1조1094억원으로 확충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이 경기침체에도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재정건전화 요구도 거센 시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4%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상정하는 등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으로 나라살림 계획을 세웠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재정 건전성과 적극적 경기진작이란 두 역할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차보전 방식의 재정 운용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 점을 큰 특징으로 꼽았다. 이차보전이란 일종의 보조금이다. 정책사업에 정부 대신 은행이 싼 이자로 융자를 주고 정부는 시중이자와의 차액만 부담하는 방식이다.

김 위원은 "이차보전을 과거 1천억원 수준에서 6조7천억원으로 늘렸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빌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0.3% 적자는 균형재정 기조 내의 적자폭을 유지하며 '우리는 소폭의 부양만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정을 급작스레 늘리기보다는 미리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