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가 26일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 32년 전 작은 학습지로 시작해 2000년대에 이르러 계열사 32개를 거느리고 6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30대 그룹으로 성장했던 '성공신화'의 상징 웅진그룹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건설업체를 떠 안은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건설사 인수합병 잔혹사도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계열사인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만기 도래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돌아온 어음 15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만기 연장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최대 주주로서 1조839억원 상당의 연대보증 부담을 진 ㈜웅진홀딩스(지분율 89.5%)도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연쇄 도산을 염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웅진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극동건설 부도로 인한 연쇄 도산을 막고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면서 "우량 자산을 매각하고 철저한 비용 절감을 통해 회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공순위 38위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 또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업체는 총 21개로 늘었다.
이 업체는 작년 한해 6016억37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2162억2400만원)과 당기순이익(1919억4400만원)에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25억88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영업이익(-67억6800만원)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6월 공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5825억1천400만원에 달한다.
한편, 웅진홀딩스는 올해 들어서만 4차례에 걸쳐 이 업체에 단기차입금 2013억원을 제공했다.
웅진홀딩스가 지급 보증을 선 PF 차입금에서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28일 만기인 350억원을 시작으로 1700억원에 달한다.
1947년 대영건설사로 출발한 극동건설은 1953년 극동건설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고 경부고속도로, 방화대교, 대구 월드컵경기장 등 굵직한 토목 공사에 참여해 실적을 쌓았다.
2007년 8월 웅진그룹에 편입된 이후 '웅진 스타클래스'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공급했으나 그룹의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극동건설 시행·시공사업장의 보증금액은 9009억원이다.
이 업체는 현재 세종시 '극동스타클래스' 3개 블록과 충남도청(내포) 신도시 '웅진스타클래스센트럴' 등 총 4군데 시행사업장에서 2280가구를 시공 중이다.
모두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고 공정률은 20% 미만으로 초기 단계라 극동건설이 완공 때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대한주택보증은 예상했다.
시공사업장은 총 8개, 2963가구 규모다.
올해 입주하는 사업장은 제주영어교육도시 '캐논스빌리지2'가 유일한데 공정률 100%로 이미 완공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 일반 분양자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좌초 위기에 몰린 웅진그룹은 1980년 도서출판 해임인터내셔널이라는 소기업으로 출발, 1983년 웅진출판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뒤 1989년 한국코웨이를 설립해 교육출판에서 생활환경가전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국코웨이는 1991년 코웨이 정수기 첫 생산에 들어가면서 정수기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선 이후 이듬해 웅진코웨이를 사명을 바꾸고 1990년대 후반기 전성기를 구가했다. 정수기 외에 1997년에는 비데를 출시해 국내에 비데 설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식품 사업에서도 대표 음료 '초록 매실'과 '아침햇살'을 앞세워 승승장구했고, 2006년에는 웅진에너지를 설립해 태양광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또 건설레저, 금융까지 영역을 계속 확장하며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지난 2007년 8월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인수하면서 웅진홀딩스가 건설경기침체로 인해서 유동성위기를 겪으며 기업 전체가 흔들리는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 인수 이후 현재까지 극동건설의 회생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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