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최근 4년간 한국은행을 퇴직한 고위 임직원 가운데 절반이 한은의 감독대상 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차상으로는 적법했지만 감독대상 기관으로 이동한 것인 만큼 `저축은행 사태'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7일 민주통합당 정성호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한은에서 퇴임한 고위(2급 이상) 임직원 14명 가운데 7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사(私)기업체'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이 지날 때까지 퇴직 전 5년간 맡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취업할 수 없지만 사전 심사·승인을 거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들의 새 직장이 한은의 업무와 직접 연관된 금융회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다.
2009년 퇴직한 윤모 부총재보는 하나SK카드 감사로, 김모 부총재보는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남모 감사는 SK주식회사 사외이사로, 박모 금통위원은 삼성생명 사외이사로, 장모 부총재보는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안모 연구조정역은 BNP파리바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은은 이들이 재취업한 곳이 취업이 제한된 기업이지만 예외적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적법한 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이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감독 권한을 얻은 상황에서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퇴직 임원이 해당 회사의 청탁이나 로비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온 나라를 뒤흔든 `저축은행 사태'의 이면에도 금융감독원 퇴직 임원의 관계기관으로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절차를 더욱더 강화하고 사전 심사·승인을 통한 예외규정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재취업자 가운데 취업제한대상 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7명 중 4명도 금융결제원, 한국투자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관계기관으로 옮겼다. 나머지 3명은 국제기구와 국내 대학교에 일자리를 얻었다.
상당수 퇴직임원은 재취업 시점이 퇴임 후 1개월조차 안돼 현직 프리미엄이 감안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 의원은 "통화정책과 금융기관 공동검사권을 수행하는 중앙은행 임직원이 사기업·은행·금융공기업에 퇴직과 동시에 재취업했다는 것은 '전관예우'와 '낙하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