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미세한 자성(磁性) 나노 입자들을 암세포 근방에 투입하면, 입자들이 암세포 표면에 있는 암세포에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세포사멸수용체(DR4)’에 달라붙는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쪼여주면 나노 입자들이 자석의 성질을 띠면서 DR4에 “자살하라”는 신호를 전달하고, 자극을 받은 암세포는 세포 활성에 변화를 일으키며 24식간에 증발한 듯 사라진다.
국내 연구진이 세포 활동을 조절해 다른 정상부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세한 암세포까지 궤멸시킬 수 있는 나노기술을 개발했다.
연세대는 천진우 화학과 교수와 신전수 미생물학교실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인체에 무해한 자기장을 이용해 세포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나노 자석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자성 나노입자가 암세포 등 특정한 세포를 찾아가 원하는 시간에 활동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술이다.
자성 나노입자는 자성 원소로 구성된 약 10억분의 1m 크기의 입자를 뜻하는 것으로, 특수한 자기장 성질이 있어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 온열치료 등에서 응용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세포에는 전자기기 내 회로와 유사한 단백질 단위의 신호전달 시스템이 있는데, 이 시스템에는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시스템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치가 있으며 스위치 작동에 따라 다양한 생명활동이 이뤄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자석 나노입자는 암세포 표면에서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세포사멸 수용체와 결합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특정 암세포의 세포사멸 수용체에 자석 나노입자를 결합시킨 뒤 생명활동을 제어하는 나노 스위치를 작동하면 암세포가 세포 자살을 일으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인간과 유전적 동질성이 높은 열대어종인 제브라피시에 나노 자석을 적용한 결과 암세포가 궤멸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대장암을 이용한 실험에서, 15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원형 나노입자의 스위치를 외부 자기장으로 작동시켜 선택적으로 세포 사멸 신호를 유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암세포를 죽이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남는다면 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천 교수는 “자기장으로 암세포가 자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강한 독성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적 항암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나노입자를 인간의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기존 항암제와 달리 독성이 없어서 화학적 항암치료제보다 부작용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 학술잡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7일 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