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1t 이상 화학물질 등록ㆍ유해성 심사 의무화
업계 반발에 등록기준ㆍ보고주기 완화
불산가스 누출사고에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질타를 받는 정부가 화학물질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불산 누출사고가 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제정안은 1t 이상의 화학물질을 제조ㆍ수입할 때 2년 주기로 용도와 제조ㆍ수입량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용도와 물리ㆍ화학적 특성, 유해성 등에 관한 자료를 함께 제출받은 뒤 유해성 심사를 해 유독물 여부를 지정한다.
제조ㆍ수입량이 연간 100t 이상이거나 유해성 심사 결과 필요할 경우 허가ㆍ제한 또는 금지물질로 정할 수 있다.
제정안은 등록 없이 화학물질을 유통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했다.
현재 화학물질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이후 새롭게 유통되는 화학물질만 등록하도록 하는 바람에 4만3천여 종 가운데 86%인 3만7천여 종이 유해성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화평법을 내년 초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유예기간 2년을 거쳐 2015년께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평법은 2010년부터 제정이 논의됐지만 산업계 및 관련부처와 이견을 조율하는 동안 입법절차가 계속 늦춰졌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화학물질 등록 최저기준이 0.5t에서 1t으로, 보고 주기는 1년에서 2년으로 각각 완화됐다.
단 1t 미만이라도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면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예외규정을 뒀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겪고 나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완제품 규제가 빠진 화평법으로는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화평법의 규제가 강력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완제품의 안전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등록할 때 용도를 제출하게 했고 유해성 평가로 확보한 정보를 공유해 공산품에 대한 안전관리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