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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기준금리 '코픽스' 공시 오류 열흘간 수정 안한 이유 알고보니…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은행권의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잘못 공시됐는데도 열흘 간이나 오류를 수정하지 않은 이유가 밝혀졌다.

코픽스는 잘못된 공시로 인해 대출자들이 이자를 더 부담하는 일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오류를 고치지 않게 되어 있고, 고치더라도 모든 은행의 동의 없이는 수정을 할 수 없도록 협약되어 있어 수정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11일 도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코픽스가 잘못 공시됐음에도 열흘간 손을 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코픽스 금리는 우리은행의 자금조달 수치 입력 실수로 지난달 17일 원래 금리보다 높게 공시돼 약 4만 명의 대출자들이 더 높은 이자를 물게 됐다.

은행연합회는 이런 오류를 지난달 27일 인지하고서도 열흘이 지난 8일에 수정한 금리를 공시했다.

박 회장은 "외국은 (기준금리) 오류가 발견돼도 일절 수정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코픽스) 오류를 발견하고도 발표할 때까지 시간이 늦어진 것은 해당 협약 때문이다"고 밝혔다.

금융 선진국에서 그런 조문이 있어 이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협약서엔 (오류를) 안 고치게 돼 있다"며 "그것을 고치려면 협약한 은행들을 다 모아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류를 알게 된 시점이 얼마 안 됐고 해당 건수 비중이 얼마 안 돼 빨리 고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또 수정에는 은행 동의가 있어야 하고 추석 연휴가 중간에 끼어 시간이 걸렸을 뿐 은행연합회가 이를 은폐하려 할 생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은행은 동의 없이 수정하면 협약을 어겼다고 항의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고율의 이자 수입을 챙기려고 잘못된 수치를 고의로 입력했을 때 이를 어떻게 막고 고객 손실을 보상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코픽스가 원래보다 낮게 공시되면 고객에게 이자를 더 내라고 해야 할뿐더러 오류를 매우 늦게 발견했을 때는 수정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 해당 협약의 손질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고민해야 할 것은 은행 이득이냐 고객 이득이냐는 차원의 문제와 시기의 문제"라며 "그래서 그 조항을 없애자는 것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입력한 자금조달 금리를 재검토하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면서 이를 마련할 것인지에는 난색을 보였다.

박 회장은 "어디 한 군데에서 입력을 잘못했는지를 찾아보기 굉장히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며 "선진국이 오류가 생겨도 뭉개고 지나가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지표금리 개선 태스크포스(TF)가 특정 금리를 지표 금리로 결론을 낼 것인가에 대해 "지표 하나를 모두가 (기준금리로) 쓰라고 하는 것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 대안이 있고 어느 것을 (기준금리로) 쓰는지는 은행의 선택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