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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안철수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언급에 '화들짝'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4일 대선후보들의 재벌 개혁 관련 경제 정책을 '대기업 때리기'라고 규정한 '대선 후보 대기업 정책에 대한 논평'을 내는 한편,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금지, 지주회사 행위 규제 등 그동안 여야가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발의한 13가지 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홍보 자료로 배포하는 등 대선후보들의 재벌개혁안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전경련은 안 후보 선거캠프에서 최종적인 재벌개혁수단으로 '계열분리명령제 도입'까지 거론하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의 이날 논평은 지난 11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공정경제'를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개혁에 관한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재벌개혁 7대 과제'를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전경련은 특히 안 후보 선거캠프에서 최종적인 재벌개혁수단으로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거론하자, 전혀 예상치 못한 카드에 다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은 그동안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등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는데, 안 후보 캠프에서 난 데 없이 나온 계열분리명령제는 대기업 계열사의 독점에 따른 폐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지분매각을 명령해 강제로 계열사에서 분리하는 제도로, 금산분리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후보 캠프가 금융 계열사에 대한 계열분리명제를 우선 시행하고 일반 계열사는 성과를 검토한 뒤 실시하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금융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들에는 '산 넘어 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계열분리명령제는 과거 미국의 대공황이나 리먼사태 때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융기관을 대기업 계열사에서 분리하자는 취지로 도입이 거론된 적 있었지만 상시적으로 채택하는 나라는 없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계열분리명령은 아무 곳에서 휘두를 여지가 있는 성격이 아니다"면서 "국가 경제를 뒤흔들만한 금융사를 보유한 대기업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시행되면 분리된 계열사는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그동안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과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추진 의원모임'에서 발의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안 등은 공식적으로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검토만 해왔지만, 최근 문 후보와 안 후보 캠프가 대기업과 관련해 강도 높은 규제가 포함된 공약을 최근 잇따라 발표함에 따라 대응도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야권 후보들이 규제 일변도의 대기업 개혁 공약을 쏟아내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나올 구체적인 공약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선 후보들이 '재벌 때리기'에 편승해서 자극적인 공략을 경쟁적으로 내놓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선 후보라면 관련 사안에 대해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폐해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